20세기에 들어와서 생명체의 유전물질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의 결과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물질은 DNA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의 기본 구성물질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매우 간단한 화학물질의 엄청나게 긴 사슬로 이어져 있다. 이 아미노산을 일정한 순서로 정렬시키고 결합시키는 작업은 DNA에 의해 이루어진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로저 D 콘버그 교수(59)는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의 진핵세포(Eukaryotic Cell) 내에서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DNA로부터 단백질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RNA가 합성(전사)되는 과정을 규명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
스탠퍼드대의 구조생물학자인 콘버그 교수는 인체 등 고등동물과 유사한 세포구조를 가진 효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효모의 DNA 특정영역을 전사해 RNA로 전달하는 효소인 ‘RNA 폴리머라제’의 분자구조를 ‘X-선 결정법’을 이용해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같은 RNA 폴리머라제 구조규명을 통해 생명체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RNA 전사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냄으로써 생명유지의 기본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양대 화학과 손대원 교수는 “DNA에 함유된 유전자 복제의 경우 특정 환경 조건에서 일부 유전자만이 복사되는데 이와 같은 선택 과정을 결정하는 인자가 바로 RNA 폴리머라제 효소”라고 설명했다.
생명체에서 이와같은 RNA 전사과정이 중단되면 유전정보는 더 이상 신체 다른 부분으로 전달되지 않게 된다. 즉 전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암과 심장질환, 각종 염증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혈액 속에 당이 많을 경우 세포 내 당의 흡수를 촉진시키기 위해 인슐린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전달이 일어나게 되고 이 신호는 세포속의 핵으로 들어가 인슐린이라는 단백질을 만들라는 주문을 내리게 된다. 이 때도 역시 DNA에서 RNA 전사과정이 필수적이다.
줄기세포를 신경세포, 심근세포 등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킬 때도 콘버그 교수의 업적은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들려면 그와 관련된 단백질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RNA 전사 과정을 모르면 이를 조절할 수 없다. 전사 과정을 정교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신경세포를 만들려던 것이 근육세포 등 엉뚱한 세포로 자랄 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연구는 이와같은 줄기세포의 의학적 응용 등 현대 생명과학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신인재 교수는 “생물체가 담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RNA 전사를 밝혔다는 것은 생명 현상의 기본을 한 단계 해석했다는 의미”라며 “콘버그 교수의 연구는 줄기세포연구 등 생명체의 재구성 과정을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콘버그 교수는 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아서 콘버그 교수의 아들이어서 여섯번째 부자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되게 됐다. 아버지 콘버그는 DNA의 복제 과정을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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