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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매더·스무트,우주의 기원 밝혔다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8 16:00

수정 2014.11.05 11:27



‘우주는 어떤 모양일까, 그리고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우주론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불과 반세기 전이다.

주로 핵물리학의 발전 덕분이었다. 수소·헬륨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 우주 화학원소들이 어떤 조건에서 생성됐을 지를 규명하려는 가설들에 이어 태초 우주가 팽창하며 냉각해 지금 우주에선 미약한 빛으로 남은 ‘우주배경복사’가 1960년대 실측되면서 우주론은 비로소 과학으로서 뿌리를 내렸다.

이 때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지금부터 140억년 전엔 손톱만한 크기에 불과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즉 손톱만한 우주에 모든 공간과 물질, 에너지가 모여 있다가 대폭발(빅뱅)을 일으켜 첫 수십억년 동안 계속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서 은하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것이 바로 현재 우주의 기원에 관한 유력한 이론인 ‘빅뱅 우주론’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존 C 매더 박사(60)와 조지 F 스무트 교수(61)는 우주와 은하, 별의 기원에 관한 빅뱅 우주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관측하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198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기원을 밝히는 ‘우주 배경 복사’(코비·COBE) 프로젝트에 참여, 우주는 방향에 따라 미세한 온도차이(요동)를 갖고 있음을 관측했다. 종전의 ‘우주급팽창가설’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수상자들은 코비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 온도와 밀도가 미세하게 균일하지 않는다는 점을 관측함으로써 이 비균일성이 은하의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씨앗’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코비 프로젝트 결과물로 우주의 온도와 밀도차이를 색깔로 표현한 ‘우주온도분포 지도’를 만들어냈다.

앞서 197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펜쟈스와 로버트 윌슨은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우주복사는 2.78이하로 균일하게 관측된다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이는 빅뱅에서 남은 잔재로 해석됐다.

이후 1982년 MIT의 알란 구스는 급팽창가설를 통해 빅뱅 후 우주초기에 ‘흑체복사’에 의해 우주에 입자가 생겨나기도 하고 소멸하는 등 강한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우주가 급팽창한다고 발표했다.

흑체복사는 초기우주에서 모든 물질들이 빠른 속도로 상호작용하면서 빛이 갖게되는 독특한 함수꼴을 말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펜쟈스와 윌슨의 이론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관측 근거가 없어 가설에 머물렀던 알란 구스의 주장을 코비 관측을 통해 확인했다.

코비 프로젝트에서 매더는 우주배경복사가 흑체복사를 따른다는 점을 확인했고 스무트는 우주배경 복사가 방향에 따라 미세한 온도차이가 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코비 프로젝트는 또 오늘날 천문학의 정밀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물리학부)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공로는 은하와 별 등 우주의 기원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빅뱅 우주론의 강력한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과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코비 프로젝트와 NASA의 대규모 우주 관측 프로젝트인 ‘WMAP’에 참여하고 있다.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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