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KRP보고서,이젠 질이다/김시영기자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8 16:08

수정 2014.11.05 11:27



“우리는 해당 업종을 분석하지 않는데도 무조건 증권사별로 할당해 보고서를 내라고 하면 당연히 보고서 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좋은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얼마전 코스닥리서치프로그램(KRP) 보고서가 나온 한 업체를 취재한 적이 있다. 회사측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싶어 보고서를 작성한 한 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추가 취재하다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담당은 유통인데 여행과 교육 등 관계 없는 업종까지 보고서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회사 내용과 향후 주가전망 등에 대해 자신있게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어거지로 분석을 맡은 꼴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등떼밀려 KRP보고서를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인력이 많지 않아 해당업종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질 낮은 보고서가 제출되면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전문성이 결여돼 애널리스트만 중간에서 속이 타 들어간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KRP 보고서는 당초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고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소가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투자정보가 부족한 코스닥 업체의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다.

물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를 투자자에게 널리 알린다는 당초의 취지는 너무나 바람직하며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난 만큼 이젠 미비점을 개선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비전문가가 보고서를 쓰거나 보고서 마감시한에 맞춰 공장에서 찍어내듯 보고서가 일시에 쏟아지는 현상을 개선돼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지만 잘못을 알고 고치지 않는다면 병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양질의 보고서가 나올 수 있도록 미비점 보완을 서둘러야 하겠다.
증권선물거래소의 분발을 촉구한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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