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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이렇습니다] 이어도기지는 ‘made in Korea’/이재균 해양부 정책홍보관리실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8 16:16

수정 2014.11.05 11:27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쾌속선을 타고 4시간 넘게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전설의 섬. 이어도는 망망대해 가운데 솟구쳐 있는 평균 수심 50m의 해산(海山)이다. 그 정상은 수심이 4.6m 밖에 되지 않아 선박을 좌초시키기는 암초로 알려져 있다. 높이 10m 이상 파도가 치는 날에는 섬으로 보일 법도 한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섬, 갈 수 없는 섬 이어도를 이상향으로 그려왔다.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그리며 ‘고향에 돌아오기도 싫을 정도로 좋은 곳 이어도로 갔나보다’ 하면서 위안을 삼았던 곳이다.

‘보이지 않는 이어도’는 이렇듯 오랜 세월 우리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신화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6월 바닷속 산, 혹은 섬이던 암초 위에 철골 구조물을 세워 첨단 장비를 갖춘 종합해양과학기지가 들어섰다. 바야흐로 ‘보이는 이어도’의 시대가 온 것이다. ‘보이는 이어도’는 수심 40m에 높이 76m 구조물(수면 위로 36m 돌출)로서 헬기장 및 첨단 해양관측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이 장비들은 24시간 주변 해역의 해상·기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인공위성 등을 통하여 해양연구원 및 기상청에 정보를 전송한다.

이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제공돼 해양예보, 기상예보, 어장예보의 적중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태풍의 위력과 예상 진로를 정확히 예측해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한 점은 그 직접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이어도는 한·중·일간 항로상에 위치하고 있어 이어도 기지가 등대 역할도 겸해 해상교통 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어도의 의미를 평가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술과 물리적 능력이 뒷받침된다고 해서 누구나 ‘이어도 기지’를 만들 수는 없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수백억원을 들여 망망대해를 뒤져 암초에 불과한 이어도의 실체를 규명할 것이며 석유시추선도 아닌 순수 해양과학기지를 지을 것인가. ‘보이지 않는 이어도’에 관한 우리의 신화적 상상력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 아닌가.

따라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전래해온 신화적 상상력에 현대적 과학기술이 생명력을 입혀 창출해낸 세계 해양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어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점은, 이어도 기지의 가치를 우리 국민들이 충분히 인식하기도 전에 중국측의 해양관할권 문제제기가 끼어든 점이다. 지난 9월1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회견 중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법률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물론 이어도는 국제해양법상 ‘섬’이 될 수는 없다. 수상에 인공구조물이 나와 있더라도 엄밀하게는 수중암초다. 따라서 이 자체로 영해나 EEZ를 주장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람이 사는 섬인 마라도를 기점으로 149㎞에 위치한 이어도가 명백히 우리측의 EEZ에 속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는 유엔 해양법협약에 의거, 중국이나 일본의 섬으로부터는 물론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무인 암석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어도가 우리 섬 마라도에 약100㎞ 정도 더 가까이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은 이 수역과 이어도 기지를 평화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정당한 권리를 가지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일본에 이어 중국으로부터도 해상경계 문제로 견제를 받게 된 상황이다. 이는 94년 유엔 해양법협약 발효 이후, 연안 국가들이 해양·자원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해양관할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이런 정세에 대응, 정부는 2016년 세계5대 해양강국 실현의 비전을 가지고 야심찬 프로젝트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뿐 아니라 태평양 심해저에서 고부가가치의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광구 등록은 물론 남극 및 북극 과학기지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도 기지에 이어 2008년 준공을 목표로 소흑산도 부근 일향초에 제2기지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해양·대기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앞으로 해양·대기 관련 정보의 중요도는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특히 해양·대기 환경 변화는 국지적인 해양관할권의 문제를 넘어 인류 공동의 번영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서 이어도 기지는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해양과학 ‘이어도, made in Korea’ 브랜드를 세계에 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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