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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푸대접’…민간외교관 역할 위축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9 08:58

수정 2014.11.05 11:26

기업인의 입지가 국내에서 위축되면서 해외에서 ‘민간외교관’으로의 역할 역시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기업인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경영에만 전념하면서 과거와 달리 올림픽, 월드컵, 해양박람회 등 국제 행사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뛰는 모습도 사라져가고 있다.

당장 내년에 개최지 확정을 앞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실사가 예정된 여수박람회를 놓고 글로벌 인맥을 갖춘 기업인들이 유치전에 가세하지 않아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수박람회 유치 ‘비상’

정부관계자와 민간단체 등이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2년 여수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한창이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김운용, 이건희, 박용성 등 3명의 IOC위원이 적극적인 지지를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또 2010년 여수박람회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총력을 기울였지만 중국 상하이에 개최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유치전은 성패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기업인과 IOC위원의 활동이 전무한 상태로 유치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김운용 전 위원의 자격박탈로 IOC 위원이 두명으로 줄었으며 그나마 박용성 전 두산그룹회장이 IOC위원 자격정지상태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어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수박람회의 경우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역시 그룹 경영에 주력하는 바람에 유치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외교관 역할 ‘실종’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의 주역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였다.

그들은 국제사회 인맥을 최대한 활용, 치열한 유치전을 펼쳐 세계 최대 스포츠행사를 잇따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동계올림픽·박람회 유치추진단 측에서는 삼성이나 현대차 등이 유치활동을 지원할 경우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지만 ‘경영 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기업인들은 유치추진단 측의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 여수박람회 유치추진기획단은 올해 초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민간부분 유치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IOC위원장 복귀도 내년 7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다.
IOC는 박 전 회장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펼친 공로를 인정, 징계를 보류한 채 현재 자격을 정지해 놓고 있다. 따라서 늦어도 연말 이전까지는 박 전 회장의 사면이 추진돼 IOC자격이 유지돼야 막판 유치 총력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은 그룹의 경영을 하면서 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으며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한 것도 그의 일환”이라며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인에 대한 국내의 푸대접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인의 민간외교관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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