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세살 비만 여든까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9 16:46

수정 2014.11.05 11:24



20개월 된 민아의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아기가 너무 토실토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30대인 아기 아빠가 비만 기준인 허리둘레 36인치를 넘어선 40인치이기 때문에 아기가 혹시 비만아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앞선다. 주변에서는 아기가 잘 먹으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고 말하지만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한참 자랄 시기에 벌써부터 음식조절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부모의 비만은 아기가 비만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한림-컬럼비아-코넬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가한 컬럼비아 의과대학 웬디 정은 “비만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며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80%, 어머니가 비만이면 60%, 아버지가 비만이면 40%에서 비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소아비만 성인까지 이어진다

같은 신장 소아의 표준체중보다 20%이상이면 비만이라 정의한다. 최근 경제성장으로 인한 서구화된 식생활과 움직이지 않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해 소아 비만 환자 수는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소아 비만의 유병율은 1970년대 후반에 4%정도였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10∼1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고도 비만아의 증가율이 더 두드러진다.

문제는 어릴 때 비만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아에서의 비만은 영아기, 5∼6세,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며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소아 비만아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보고에 의하면 남아는 7세 때 비만아 중에 66.6%가, 여아는 68.4%가 사춘기 이후에도 비만 상태가 지속된다고 한다. 성인비만은 지방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비대형 비만이 많은 반면, 유아기 또는 소아기의 비만은 지방 세포의 수가 많아지는 증식형 비만이나 지방 세포의 수와 크기가 모두 증가하는 혼합형 비만이 많다. 따라서 치료하기도 쉽지 않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황일태 교수는 “어린아이의 경우 성장을 해야 할 시기기 때문에 특히 치료가 쉽지 않다”며 “3세 이후 비만이라 판단되면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도비만이면 경도비만까지 체중을 줄이고 경도비만이면 무리한 식이요법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소아비만의 대부분은 단순성 비만이 99%이라는 것이다. 증후성 비만은 1% 미만이다.

단순성 비만은 기초질환 없이 일어나는 비만으로 신체가 필요로 한 에너지보다 많이 섭취하거나 섭취한 에너지를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운동부족으로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잉으로 축적된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정상보다 키도 크고 골 연령이 정상이거나 더 촉진되어 있다.

증후성 비만은 신체에 비만을 초래하는 확실한 원인이 있는 경우다. 중추성, 내분비성 및 유전성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비만 외에 저신장, 골 연령의 지연, 이차성 성징 발달의 지연 등을 동반하므로 단순성 비만과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소아에서 대사증후군 환자 증가

비만은 식생활의 서구화, 고열량 음식 섭취로 에너지의 증가, 운동량의 감소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심리적 요인으로 스트레스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랑이나 관심의 결핍을 느낄 때 불안하거나 외롭기 때문에 과식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부족 등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도 비만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동일 칼로리로써 탄수화물이 많은 경우가 비만이 되기 쉽고, 야간 섭취가 비만이 되기 쉽다.

소아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계 합병증과 같이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12∼19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의 유병율을 조사한 결과 전체 청소년에서는 약 4.2%, 체질량 지수가 95백분위수 이상의 비만한 청소년에서는 28.7%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다. 지난 2004년 대한소아과학회에서 발표된 보고(연세의대 소아과 김덕희 교수)에 따르면 비만아 2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37.5%였다. 남자에서 38.7%, 여자에서 35.2%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20.8%, 중학생에서는 50.3%에 달했다. 경도 비만아에서는 25.2%, 중등도 비만아에서는 43.9%, 고도 비만아에서는 71.4%가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어 비만도가 심해질수록 대사증후군의 발생이 증가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관리하라

부모가 비만하다면 아기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뱃 속에서부터 관리해줘야 한다. 임신 7개월부터는 너무 과식하는 것이 좋지 않다. 체중 증가를 조절해서 임신 전의 체중에서 10∼12kg 이상 늘리지 말고 운동을 해서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출산 한 후에는 아기가 운다고 무턱대고 젖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 젖은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 이유식은 계란, 치즈, 햄 같은 고단백식만이 고집하지 말고 채소를 많이 첨가한 죽을 주도록 한다. 비만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름을 뺀 쇠고기, 생선, 두부를 먹인다. 음식 총칼로리의 20%를 단백질, 35%는 지방질, 45%는 탄수화물로 채운다. 저열량, 저당질, 정상지질, 고단백질이 식이요법의 원칙이다. 또 아이들에서 설탕이 든 음식은 가능한 한 금한다. 사탕, 과자, 초콜릿, 사이다, 콜라 등은 영양가치가 적고 칼로리가 높아 살만 찌게 하고 치아를 상하게 한다.

부모는 늘 어린이 체중에 관심을 갖고 정상 체중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를 시키고 간식도 시간을 정해서 준다.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켜 체지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일부러 운동을 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뛰어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일에는 하루 1시간, 주말에는 하루 2∼4시간씩 운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황교수는 “소아의 경우 자신의 의지로 살을 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아이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며 “비만하지 않은 형제는 불규칙한 생활을 해도 내버려두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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