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북 핵실험] “증시 1250선까지 밀릴수도…”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9 17:12

수정 2014.11.05 11:24



외국인의 지속된 매도공세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국내 증시가 북한 핵실험으로 돌연 안개국면에 빠졌다.

9일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사이드카까지 발동될 정도로 폭락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북핵사태는 과거와 달리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에 대한 우려감은 어느 때보다 짙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북핵 실험이 이날 증시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낙관론을 펴면서도 향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 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더욱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조정 기간 길어질 수도”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북핵 실험은 과거 ‘미사일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올해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 당시 국내 증시는 2∼3일 하락했다가 재차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은 향후 국제 사회의 반응에 따라 그동안의 상승추세마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4765계약을 순매도했다. 현물시장에서 5500억원 정도 순매수한 것과 정반대다. 외국인 매도분은 대부분 기존 매수분을 정리하는 전매도였지만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신규 매도가 이어질 경우 프로그램 매물 출현으로 현물시장이 추가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

서울증권 박문서 수석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은 전매도에 치중함으로써 현물시장에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면 추세가 하락세로 접어들 수도 있다”며 “이는 현물폭락→선물 하락→현물하락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북핵 실험으로 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사태로 한국시장 투자리스크가 높아져 코리아디스카운트 부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향후 증시는 한달 정도 저점 형성을 모색하며 조정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투신운용 김재동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핵실험 사실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대국들이 강경 대응을 천명해 왔기 때문에 증시에 추가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변국들의 반응에 따라 지수 1300선이 무너질 수 있으며 1250선까지 지수가 밀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200선대 후반 수준의 지수대에서 이번 핵실험 문제가 봉합국면에 접어든다면 적극적인 시장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다.

■“대세 상승은 유효…개인 투매 자제”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북핵사태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만 않는다면 1300선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군사적 충돌 등 최악의 사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시장은 13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국방관련주들도 대규모 시스템 수주 소식을 전한 휴니드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도 군사적 충돌까지는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북핵 사태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조치나 해양 봉쇄조치 등의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일단락되면 연말부터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 수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북한이 실험을 했다는 점이 역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세계 부동산 경기 연착륙과 유가 안정 등 우호적인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 1300선 밑으로 빠지면 분할매수 전략을 펼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단순한 사항이 아닌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조치 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사장은 “주식시장은 최악의 가정하에 움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될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도 상당히 가변적이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여건이 좋은 만큼 대세상승이 훼손된 것은 아니나 국제 사회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저적했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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