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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휴대폰 기능은 제각각


이동통신 시장에 울트라 슬림 DMB폰, Fx폰 등 첨단 휴대폰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는 동일한 모델의 휴대폰이 이동통신 회사에 따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공되거나, 아예 핵심 기능이 빠지는 등 고객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휴대폰 제조사가 이동통신사 '주문'에 따라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동통신 고객들의 불만중 하나는 이통사의 DMB폰에 대한 정책이다. SK텔레콤은 지분 29.65%를 갖고 있는 위성DMB 자회사 TU미디어를 고려, 지상파 보다는 '위성 편애'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출시한 8.4㎜ '울트라 슬림DMB'폰도 KTF와 LG텔레콤은 모두 지상파DMB폰으로 나온 반면 SK텔레콤 출시모델은 위성DMB 기능이 탑재 됐다. SK텔레콤이 올해 내놓은 지상파DMB폰은 총 4종으로 위성의 24개에 못 미친다. 그러나 SK텔레콤측은 늦게나마 지상파DMB폰 확충에 나서 올해 9종의 지상파DMB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휴대폰의 '빈약한' 메모리도 고객들의 불만거리다.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 중에는 50∼90MB(메가바이트) 정도의 적은 메모리를 내장하면서도 외장 메모리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용 '가로보기 슬림폰'(SCH-B540)의 내장 메모리는 93MB, KTF의 울트라슬림폰(SPH-V9900)은 81MB 정도다. 이용자들은 사진·음악파일 몇 개를 넣을 경우 용량이 꽉 찬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고객은 "휴대폰 멀티미디어 기능은 우수하지만 메모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메모리를 적게 만든 것은 무선인터넷 의존도를 높여 수익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휴대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휴대폰 내장 메모리 용량은 기본적으로 제조사가 결정하지만, 이통사의 주문이 반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통업체에 따라 같은 제품의 기능이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출시한 '애니콜 Fx폰'이 대표적이다.

KTF용(SPH-M4500)으로 먼저 나온 이 제품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개인휴대단말기(PDA)기능 폰으로 워드·액셀 작업이 가능하며, 무선랜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달 말 출시 예정인 SK텔레콤용 '애니콜 Fx폰'에는 무선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무선랜 사업을 하지 않아 이 기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한편 사용자들은 자사 입맛에 맞춰 휴대폰 기능을 조정하는 이동통신 회사들 때문에 고객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고객은 "휴대폰에 대한 이통사의 지배력으로 인한 손해는 소비자가 보게 된다"며 "유럽형이동전화(GSM)처럼 우리나라도 가입자인증모듈(SIM)을 도입해 통신 서비스와 제조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