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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노대통령 최대위기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9 21:38

수정 2014.11.05 11:23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노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집권 초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자신을 괴롭혀왔으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란 큰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같은 대북 포용정책 때문에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의 대북 강경파들로부터 심각한 견제를 받아왔다.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과 이에 따른 노대통령의 곤경은 당선자 시절부터 비롯됐다. 지난 2003년 1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해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한 사실이 발표되면서 2차 북핵위기는 긴장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는 북한이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참여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같은 과정에서도 노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이래 지속돼온 대북 유화정책과 평화번영 정책을 고수하며 대화방식을 고수해 국내외 강경파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은 이같은 참여정부의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2005년 9월에는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을 끌어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호재도 잠시여서 곧바로 북한은 6자회담을 무력화시켰고 올해 7월5일에는 대포동 2호와 스커드 등 핵탑재 가능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뒤 곧바로 핵실험으로 연결시켰다.

노무현 정부가 교착상태의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1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어렵게 선보인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북한은 다시한번 노대통령의 입지를 궁지로 몰아넣는 초강경수를 던진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 시도 선언에 ‘냉철하면서도 단호한 대처’를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노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관계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이같은 노대통령의 대북정책기조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8일 북핵관련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면서 “노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방침에 대한 모호한 입장과 안이한 대응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북핵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책임론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이런 종류의 논란은 노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이는 여야 지도부들과의 회동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특히 야당쪽은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교체 요구와 대북정책 전면 조정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노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노대통령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지난 추석연휴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청와대에서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또 9일 핵실험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는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을 잇따라 주재하면서 상황 대처에 나섰다.
정부 공식성명도 북한의 ‘핵보유 불용’ ‘즉각적인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강경론을 담았다.

노대통령이 이미 ‘엎질러진 물’격이 돼 버린 북핵문제를 순조롭게 풀어가지 못한다면 급격한 정치적 입지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당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대북제재 문제의 완급과 강약기조를 조절해야 하고 오는 13일 만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는 묘수를 찾아내야만 하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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