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석칼럼] 北 핵실험의 손익계산서/방원석 논설실장

방원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0 18:01

수정 2014.11.05 11:20



북한은 핵실험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도박을 선택했다. ‘위험 큰 장사가 이문도 많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핵 카드를 통해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것이고 따라서 판돈도 커지게 됐다. 국제사회나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시키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과 대가, 희생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비상식적이고 예측 불가한 돌출행동은 체제 유지를 위한 것이고 선군정치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북한으로서는 세습적인 체제 유지가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추구해온 평화, 대화, 타협, 상식, 합리의 모든 보편적인 가치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한 이런 단말마식 대응은 계속될 것이다.

비용, 대가, 희생 더 커질듯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손익계산서는 자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지금 체제 유지냐, 붕괴냐 하는 생사 기로에 서 있어 잃을 게 별로 없다. 또한 핵무장한 국가를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는 어렵게 됐다. 북한이 얻은 수확이다. 또한 이제 북한 핵을 풀려면 대화 이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정권과 체제를 담보로 도박을 한 만큼 경제적 희생쯤은 각오할 것이다.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주민의 경제적인 고통은 체제 유지에 중대 변수가 안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우리 경제와 참여정부의 리더십이다. 당장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 인질이 된다면 지금까지와 양상이 다른 혼란과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내공이 쌓인 과거와는 성격과 양상이 다르다.

무엇보다 외국인투자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은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고 하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악재 중 악재다. 핵문제가 풀리지 않고 꼬여간다면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투자심리 위축은 물론, 자본유출,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경제로서는 중대 기로를 맞게 된 셈이다.

꽃놀이 패 쥔 미국·일본

게다가 참여정부로서는 그간의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터여서 그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더군다나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되면 남북공영과 남북통일은 물 건너가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는 북한 체제의 자멸을 의미해서다. 따라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지속될 예측불허의 긴장감이고 이 여파에 따른 경제적 혼란과 충격이다.

골치는 아프겠지만 그래도 꽃놀이 패를 쥔 쪽은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들은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위치에 또다시 올라서게 됐다.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으로서는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제3자로 우리보다 한결 여유있는 입장에서 북한 핵무장의 이해 득실을 따질 것이다. 미국과 함께 동북아 패권을 분담하고 재무장하는 호기로 삼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는 북핵과 이를 겨눈 미국의 칼날 위에 올라섰다.

/wsb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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