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중립적인 내년 정부 예산안/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1 16:44

수정 2014.11.05 11:17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200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은 크게 보아 올해 예산에 나타난 재정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2006∼2010 국가재정운용계획, 비전 2030 등 중장기 재정운용 계획을 구현한다는 두 축을 중심으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내년도 재정정책 기조가 확장적인 것이 아니냐 또는 복지예산 확충으로 인한 과다한 재정 적자로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도 재정정책 기조는 올해와 비교하거나 민간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기상황 대응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측면에서 중립적이다.

우선 내년도 재정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공적자금 상환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총지출 증가율(6.9%→6.4%), 통합재정수지(GDP 대비 -0.1% 공적자금 상환 제외시 1.3%→1.5%), 관리대상수지(GDP대비 -1.7%→-1.5%) 등 내년도 재정지표들이 올해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정책 기조 판단을 위해 개발한 재정충격지수(FI·재정수지에서 경기 변동에 따른 효과를 제거한 뒤 이 수치가 전년에 비해 얼마나 변동하느냐로 측정)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0.18로 내년도 재정정책 기조가 올해와 거의 같다.

일부에서는 관리대상수지가 GDP 대비 1.5% 적자인 점을 들어 확장적 재정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으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이 3% 흑자로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는 1.5% 흑자임을 고려할 때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
최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 부담의 증가가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관리대상수지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종합으로 감안해 민간경제에 미치는 재정의 영향을 평가해 보면 내년도 예산은 중립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5% 내외로 잠재성장률(4%대 중·후반)보다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므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와 동일한 중립적인 재정정책 기조의 유지는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내년에도 올해처럼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가 GDP 대비 1.5% 내외,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발행 규모가 9조원 내외로 재정적자 누적으로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재정수지 적자는 작을수록 좋겠지만 현재 우리 경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변동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오는 2016년 이전에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더 희망찬 내일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또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인적자원 고도화, 신성장산업 육성 등 성장동력 확충과 경제적 안전성과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재정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노인부양 부담 등 다음 세대들은 현 세대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정부 재정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게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재정적자(국채 발행)에 의한 선제적 투자를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 선제적 투자를 하되 그 규모는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로 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외 재정학계에서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점검하는 거의 유일한 지표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다. 2007년도 예산안 및 2006∼2010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초재정수지는 2007년 0.3% 적자에서 2008년 0.1% 흑자로 전환된 후 2009년 및 2010년은 0.3% 및 0.4% 의 흑자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정부의 전망대로 라면 우리나라 재정의 중기적인 재정 건전성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저성장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에 따른 세입기반 축소, 복지 등 세출소요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재정 건전성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2007년도 예산안은 그간 정부에서 발표한 재정정책 기조 및 재정운용 방향과 일관되게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세정책이나 예산편성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도 있겠지만 가급적 정치적인 여론몰이는 지양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입각해 바람직한 재정정책 기조 및 재정운용 방향 설정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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