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010-XXXX-2000 15만원에 팔아요”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1 17:27

수정 2014.11.05 11:17


외우기 편한 이동통신 식별번호(휴대폰 번호)가 시장에서 대량 거래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 식별번호는 국가 재산이라는 점에서 이득을 위해 돈을 받고 매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대리점들이 미리 확보해 놓은 ‘선호번호’를 수만∼수십만원씩 받고 고객에게 파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최근 인터넷 등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 휴대폰 번호는 주로 중간·뒷자리 번호 등이 1111, 1245, 1004, 등으로 외우기 쉽거나 특정 업종에서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선호 번호는 수만원선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심지어 ‘번호’에 따라선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는 010으로 시작하는 식별번호 중 7100-**00, 6300-**00 등은 7만7000원에, 932*-0123, 929*-3456 등의 번호는 8만원, 끝자리가 2000, 3000 등 1000번 대인 번호는 15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런 선호번호들은 번호 이동제도를 활용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이통업체와 상관없이 매매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진 자기가 사용하던 번호를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70년대 유선전화와 번호를 타인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한 ‘백색전화’ 때부터 번호에 대한 개인 재산권을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리점 등 통신업체 관계자가 전산망 등을 활용해 번호를 확보·판매하는 행위는 문제가 다르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판매자 한 사람이 많게는 40여개 선호 번호를 매물로 내놓은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개인이 번호를 유통했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지만 이동통신 업체나 대리점이 번호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이통사 대리점 직원이 선호번호를 확보한 후 비싼 요금제를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배정해주는 행위를 적발,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선호번호가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떠돌고 있는 것은 일부 대리점들이 회사의 번호관리 정책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호번호에 등급을 매겨 관리했지만 지금은 고객이 원하고 번호가 있을 경우 바로 준다”며 “일부 대리점이 지인 등을 이용해 선호번호를 등록해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대리점들의 편법적인 번호확보 행위에 대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SK텔레콤은 향후 대리점 직원들 명의로 선호번호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KTF 관계자는 “대리점 직원 명의로 수십 개씩 번호가 개통됐을 때 이를 회수하지만 친구 등 일반인 명의인 경우는 진위 여부를 따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LG텔레콤 관계자도 “일부 소규모 대리점들이 편법적으로 확보한 선호번호로 고객을 모으거나 파는 행위를 하곤 하지만 이를 매번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업체가 선호번호를 거래하는 행위는 제재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선호번호 판매 행위를 신고받은 바 없어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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