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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Inside] 장수브랜드-110세 활명수,69세 서울우유 ‘불황 모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1 20:29

수정 2014.11.05 11:16


부채표 활명수 110세, 서울우유 69세, 칠성사이다 57세, 박카스 46세, 트리오 41세, 새우깡 36세, 초코파이 33세, 다시다 32세….

대한민국의 대표 장수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나이가 많은만큼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들이 많다.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덕분에 낮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높은 이익을 거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든든한 수익원인 셈이다. 장수브랜드는 기업에는 고정적 매출과 수익예측, 원활한 현금흐름을 보장하기 때문에 미래 투자계획에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특히 장수브랜드들은 불황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소비자들은 불황일수록 신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 등 익숙하지 않은 제품보다는 익숙한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불황일수록 장수제품 위주의 마케팅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한다.

이런 강점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장수브랜드를 하나 정도 갖고싶어 한다. 장수브랜드는 구시대적인 빛바랜 제품이 아닌 기업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장수브랜드, 그 탄생까지

장수브랜드는 대개 각자의 영역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상품들이다. 이들은 최초의 상품이면서도 품질이 좋아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66년 11월에 출시된 애경 트리오는 국내 주방세제의 효시 제품이다. 야채·과일·접시 세가지를 모두 닦을 수 있다는 의미로 ‘트리오(trio)’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더운 물에 그릇을 담그고 짚수세미나 모래로 문질러 설거지하던 그 시절, 기름기를 깨끗이 씻어주고 번쩍번쩍 윤까지 내주는 트리오는 주부들에게 ‘구세주’격이었다.

농심 새우깡은 71년 12월 서울 대방동 공장에서 태어난 국내 최초의 스낵이다. 밀가루를 이용해 양이 많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스낵의 원조’ 새우깡은 출시된 이후 30년 넘도록 국내 스낵 분야에서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71년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야쿠르트는 균에 대한 선입견이 무조건 나빴던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이같은 역경을 딛고 발효유의 역사를 열었다는 점에서 야쿠르트는 우리나라 유제품 개척사에 커다란 공적이라 할 수 있다. CJ의 다시다는 75년 국내에 종합조미료 시대를 연 최초의 조미료로 주로 한자를 사용했던 상품명을 과감히 한글에서 따왔다. 다시다는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에서 착안했다.

■‘빛바랜 옛사진’같은 감성마케팅

이들 장수브랜드는 경쟁사들의 제품의 거센 추격을 받아왔지만 좀체로 흔들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왔다. 장수제품의 힘은 오랜기간 쌓아온 일관된 ‘감성’에 기초하고 있다.

칠성사이다, 킨 사이다, 7-UP, 스프라이트 제품의 상표를 떼어내고 음료의 맛을 보면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비슷비슷한 사이다일 뿐이다. 하지만 상표를 붙여놓으면 사람들의 손은 칠성사이다에 가게 마련이다. 칠성사이다는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 아직도 사이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초코파이 역시 경쟁사들의 유사제품이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오리온 초코파이에 더 충성적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내용물이나 물리적 특성과 함께 이들 장수브랜드에서는 특별한 감성을 함께 사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하나씩 먹여주던 새우깡, 까까머리 소풍시절의 칠성사이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국의 다시다, 아버지 월급날에만 사먹을 수 있던 바나나우유, 형·누나들과 함께 쓰던 럭키치약, 트리오를 사들고 기뻐하시던 어머니, 이등병 시절 ‘천국의 맛’을 보여준 초코파이, 어머니가 날 먹여 키웠다던 남양분유, 사춘기시절에 친구들과 마시던 진로소주 등이 그렇다.

소비자는 장수제품을 하나 구입하면서 그 옛날 유년시절의 추억을 사고, 어린시절 가족들과 함께 했던 따뜻함을 함께 사는 것이다. 장수제품 하나하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 덤으로 붙어있는 셈. 때문에 경쟁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는 기꺼이 장수제품을 선택한다. 장수제품의 막강한 ‘위력’이다.

■새끼브랜드와 함께 ‘가족’이루기도

장수제품의 막강한 ‘위력’에 기대면 제품군을 넓히기 용이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 출시하는 것보다 장수브랜드의 옷을 빌려입고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비용도 싸고, 효과적이다. 또한 변하는 세태와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후속 제품들을 내놓으면 젊은 층에까지 어필할 수 있다.

특히 불황기에는 장수브랜드를 이용한 마케팅이 더욱 빛을 본다. 새끼브랜드를 장수브랜드와 함께 끼워팔기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할인행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듯 장수브랜드도 아들·딸을 낳으며 추억거리를 만들어간다.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에이스’, ‘야쿠르트400’이라는 두 아들이 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역시 지속적인 리뉴얼을 통해 화이트바닐라, 초코청크, 피스타이오 레볼루션의 3형제가 가족을 이루고 있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베지밀A, B와 유아식 베지밀,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베지밀 쑥쑥5, 그리고 유스, 칼슘을 첨가한고칼슘 베지밀 등이 일가족을 이루고 있다.
농심 새우깡은 대형 포장의 ‘노래방 새우깡’과 매콤한 맛의 ‘매운 새우깡’ ‘쌀 새우깡’ 등의 가족을 지니고 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