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본 중소기업을 배운다] 도쿄대 COE경영연구센터

이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1 20:39

수정 2014.11.05 11:16


【도쿄=이진우기자】일본 제조업을 언급할 때마다 일본인은 물론 우리나라 전문가들 입에서 ‘모노쓰쿠리’(좋은 물건 만들기)라는 용어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리고 1990년대에 걸친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저변에 모노쓰쿠리가 있었다고 동의한다.

모노쓰쿠리는 장인정신의 가업 전승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제조업을 통해 길게는 1000년, 짧게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60여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재건기를 거쳐 중흥기에 이르는 시기에 모노쓰쿠리는 도요타의 인재경영 전략인 ‘히토쓰쿠리’와 맞물려 자동차 산업의 발흥과 함께 현대적 경영전략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모노쓰쿠리는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국가전략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 도쿄대 부설 ‘21세기 COE 모노쓰쿠리경영연구센터’(MMRC·Manufacturing Management Research Center)가 있다.


COE는 ‘Center of Excellence’의 약자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본대학의 세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대학을 인재양성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실시해 온 프로젝트.

도쿄대 앞쪽 대학가 거리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있는 모노쓰쿠리센터는 지난 200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일본 제조업의 근간인 모노쓰쿠리 경영을 일본산업 전반에 걸쳐 일반화하는 연구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소장인 다카히로 후지모토 도쿄대 교수를 중시으로 선임연구원을 포함한 연구원, 고문 등 10여명이 활동 중이다. 연구원 중에는 한국인 박사 1명도 포함돼 있다.

선임연구원인 신타쿠 교수는 “모노쓰쿠리는 이전에 순수 제조업에 한정된 좋은 물건 만들기라는 협의의 의미로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판매, 유통, 서비스 등 부가가치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년 간 장기불황 동안에 모노쓰쿠리 경영의 진가는 유감없이 드러났다고 신타구 교수는 얘기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1991∼93년 침체기, 94∼99년 구조조정및 회복기를 거쳐 2000년대부터 재상승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비용절감 위주의 생산혁신, 관리혁신 등을 수반하면서 일본 경기의 재부흥을 견인했다.”

모노쓰쿠리센터는 장기불황에서 재부흥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각 제조기업들의 현대화된 모노쓰쿠리 경영을 산업 전반에 확대 접목해 일본 제조업의 해외 경쟁력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타쿠 교수는 “센터는 단순히 도요타의 선진경영을 전수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며 “도요타식 경영 전수는 업종에 따라 기업의 저항감을 일으키고 과정과 결과에서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센터는 이런 저항과 차이를 최소화해 일반화하는데 집중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제조 중핵(핵심) 인재 육성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모노쓰쿠리 경영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17개 대기업·중견기업 위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1년 간 전수교육을 실시했다. 총 24회 교육 일정으로 강의 70%, 컨설팅·훈련·작업개선(파견 포함) 30%로 진행된다. 올해에는 16개사가 2기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9월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 이수자는 ‘모노쓰쿠리 인스트럭터’라는 자격으로 모노쓰쿠리 경영을 전수받지 못한 대기업이나 일반 중소제조업체에 파견돼 2단계 교육을 실시한다. 여기서 양성된 ‘미니 인스트럭터’들은 자체 조직 내 경영 및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등 일본산업 전반에 ‘모노쓰쿠리 혼’을 전파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인스트럭터들에게 일본 정부는 모노쓰쿠리 브랜드 인증을 부여해 자부심을 심어준다.

센터측은 내년까지 대거 정년퇴직이 예상되는 단카이 세대의 체계화된 경영 및 기술을 전수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센터 소장인 후지모토 교수의 ‘생산 매니지먼트 입문’ 텍스트를 기업 현장에 적용·재구성해 산업용 교재로 출간, 기업에 보급할 계획이다.

신타쿠 교수는 “모노쓰쿠리 경영전략은 이제 일본의 21세기 국가전략 정책사업이 됐다”고 소개했다.
모노쓰쿠리 브랜드를 국가의 지적재산권, 특허권으로 만들고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일본 정부가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초 센터는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됐으나 중요성이 커지면서 10개년 계획으로 변경, 확대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와 민간이 모두 향후 10년 간 ‘메이드 인 재팬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모노쓰쿠리센터를 통해 컨소시엄 참가 기업을 확대해 모노쓰쿠리 경영 기반을 넓히는 한편 5년 전부터 수행해 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자동차 공동연구를 토대로 한국, 중국기업 및 대학과도 협력해 모노쓰쿠리 정신을 ‘범아시아 경제권’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jinu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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