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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과 함께하는 유럽 엿보기] 프랑스 뵈르뎅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2 16:17

수정 2014.11.05 11:14



※1차 대전 상처 간직한 전쟁 관광지

프랑스 파리 동쪽 뫼즈강 연안에 위치한 뵈르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쓰라린 아픔을 간직한 관광지중에 한 곳이다. 이곳에선 1차 세계 대전 중에 수십만명의 프랑스 및 독일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통과 죽음의 얼굴의 상징이 된 뵈르뎅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세계 5대 전쟁 관광지중의 하나가 됐다. 지금은 매년 40만명이 뵈르뎅 격전지를 찾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격전해 수십만의 군인들이 목숨을 잃은 ‘뵈르뎅 전투’는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뵈르뎅 거리를 걷게 되면 과연 이곳이 세계 1차 대전 중 잔혹한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뵈르뎅에선 도시의 따뜻한 기후와 함께 서양자두, 토속 와인, 그리고 달콤한 아몬드 등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 땅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곳이라는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로렌주에 위치한 뵈르뎅은 인구 수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다. 뵈르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메스와 랭스를 연결하는 도로와 북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로의 접점에 있었기 때문에 요새도시로서 발달했다. 그런 이유로 뵈르뎅은 지난 19세기 말 프랑스의 제1의 전쟁요충지 역할을 했다.

뵈르뎅은 기원전 3세기경 골루아 족의 요새였고 이후 로마가 지배하기 전만에도 한가한 시골에 불과했다. 이곳은 한때 독일계 주교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난 1648년의 베스트팔렌 조약의 체결됨으로써 프랑스령이 됐다.

골 시대부터 상업의 중심지로서 번영하였고, 주요 산업은 가구 제조·제과업·화학공업이 발달했다. 시내에는 대성당과 함께 주교관, 옛 요새 및 군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시청사 등이 남아 있다. 11∼12세기에 건축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은 도심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뵈르뎅 전쟁의 발단은 지난 1914년 여름, 날벼락에 천둥처럼 시작됐다. 당시 유럽의 나라들은 두 개의 연합으로 나뉘어 졌다. 프랑스는 영국 및 러시아와 연합 세력을 만들었고 독일은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함께 연합을 구성했다.

또한 미국은 프랑스를 지원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1916년 연합국의 경제 봉쇄를 참지 못하고 몰린 독일은 프랑스군이 사수한 뵈르뎅 요새를 공격, 프랑스에 큰 타격을 주기로 계획했다.

결국 독일군은 뵈르뎅 요새 전면에 7개 사단 병력을 집결시켜 맹공격을 했다. 이에 맞서 프랑스군도 장군 페탱의 지휘하에 병력을 증강해 분전함으로써 6월 하순까지 쌍방의 격렬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그러나 솜에서의 영국, 프랑스 연합군 공세와 동부전선에서의 러시아군 공격에 의해서 마침내 독일군은 궁지에 몰렸다.

1916년 10월 프랑스군이 도리어 역습을 감행, 격전이 벌어져 독일은 33만여명, 프랑스는 30여만명의 인명을 잃었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연합군측은 우위를 확보했고, 결국 독일의 전쟁 패배 원인이 됐다.

뵈르뎅 전쟁의 상처는 너무도 컸다. 1916년 2월21일 시작돼 그 해 말까지 300일 동안 밤낮으로 싸움이 계속됐다. 이 기간중에 2600만개에 이르는 포탄이 쏘아 올려졌다.

뵈르뎅 전쟁중 독일이 퍼부은 폭탄세례로 인해 이 지역은 참극 현장이 됐다. 당시 폭격으로 인근 지역 수많은 마을들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정도였다. 전쟁이 끝나고 70년이 지난 뒤에야 프랑스와 독일은 뵈르뎅 전투에 대한 화해를 했다.

뵈르뎅 동북쪽 10㎞ 지점에서 시작되는 격전지 순례 코스에는 추모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이 코스는 뵈르뎅 국립묘지를 시작으로 보 요새와 뵈르뎅 기념관을 지나 두오몽 요새로 이어진다.


두오몽 요새는 다양한 전쟁유물과 기록을 갖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오래된 도시는 눈물과 비극의 세월의 기억을 아직 보존하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뵈르뎅으로 떠나는 여행은 깊은 교훈을 안겨줄 것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뵈르뎅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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