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정감사와 ‘업체감사’/허원기자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2 17:05

수정 2014.11.05 11:14



국감 시즌이면 으레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의 보도자료가 e메일 함에 쌓인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의원들이 내놓는 자료를 보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한건 터뜨리기 식이 많아 실망스럽다.

최근 한 의원이 내놓은 ‘통신업체 요금 연체 현황’도 그랬다. 정통부 통계를 이용, 올 상반기 이통 연체자가 303만명(6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306만명(12월말 기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체자 증가는 업체의 고객 유치 경쟁과 높은 통신비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의원은 요금 연체가 연간 누적이 아닌 월별 증감 수치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실제 연체자는 줄고 있었다.

다른 의원이 발표한 ‘이통사 멤버십 포인트 현황’도 마찬가지다. “멤버십 포인트는 원가에 포함됐기 때문에 미사용분을 통화료 인하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남은 멤버십 포인트는 서비스 원가에 반영되지 않으며 포인트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운영중이라는게 업계의 항변이다.

업체들은 국감 때마다 지나친 자료제출 요구와 자의적인 해석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괴로움을 호소한다.

도·감청 등 세간의 관심 이슈가 사라진 후 요즘 정보통신 국감 주제는 요금 문제로 수렴되거나 신용불량·고객 불만 등 ‘핵심’과 동떨어진 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가 아닌 ‘업체감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국감은 폭로성 자료 발표보다는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안을 모색하는 게 본질이다.


이제 국회는 “의원들이 자극적인 자료를 언론에 제공해 이름을 알리는 것으로 국감을 대신 하려고 한다”는 업계의 비난에도 귀 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wonho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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