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예금 5억은 넘어야 진짜 PB고객”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2 17:24

수정 2014.11.05 11:13


‘프라이빗 뱅킹 고객이 되려면 더 많은 돈을 가져오세요’

국내 PB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중 은행들이 내년부터 프라이빗 뱅킹(PB) 고객에 대한 자산 기준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PB고객의 자산 기준은 은행별로 3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5000만달러, 1억달러의 기준을 세우고 있는 외국 PB와 비교해서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PB 고객의 기준을 높여서 좀더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래 PB서비스의 목적에 맞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년부터 PB고객의 기준을 5억원으로 각각 상향조정키로 했다.

PB 고객 자산 기준 상승은 단순히 ‘돈 많은 고객’만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자 고객 특성상 여러 은행에 금액을 분산하는데 이를 최대한 자신들의 은행 계좌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한 은행에 3억원 이상을 예치한 PB 고객은 다른 은행 3∼4곳에도 그만큼의 금액을 예치하는 것이 일반적. 결국 PB기준을 5억으로 올리면 고객이 타행에 예치한 자산을 가지고 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인 것이다.


또 최근 메릴린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0억원 이상 자산가 증가율이 21.3%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현재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을 가진 고객이 8만7000명에 달해 고액 자산 고객을 집중 관리할 필요성도 높아진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현재 3억원이 PB 고객 기준을 5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미 각 PB들도 5억원 이상 자산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3억∼5억원 사이 자산 고객은 지점의 VIP 고객으로 전환해서 관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PB서비스는 컨설팅은 당연히 공짜고 자산을 대폭 늘려줘도 이에 따른 성공 보수도 없는 상황이라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산 기준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은행 PB담당자는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최상위 PB기준은 1억달러(한화 1000억원) 수준이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5000만달러, 7500만달러 등 상당히 높다”면서 “한국은 기준이 낮았는데 제대로된 PB 서비스를 하려면 자산 기준이 높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내년 1월부터 골드클럽 PB고객의 자산을 현재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1억 이상의 고객은 모두 PB고객으로 간주, 골드클럽에서 관리해왔으나 내년부터는 각 영업점에 배치된 PB가 관리하도록 하고 PB전문센터인 골드클럽에서는 5억원 이상 자산가만 관리키로 했다. 단, 자산은 현재의 예금 자산뿐만 아니라 대출, 보험, 증권 등도 모두 합쳐서 5억원 이상이면 PB 고객으로 간주키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도 5억원을 받는다면 그 고객이 갖고 있는 기본 자산은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며 “외부에 분산 투자한 자산을 하나금융그룹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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