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별 인터뷰] 권명광 홍익대 총장,“미술대 특성화한 종합대학”

오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5 15:55

수정 2014.11.05 11:11



요즘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일대는 재개발 등으로 모습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인디문화의 발상지라는 평가에 걸맞은 독특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수동에 자리잡은 홍익대학교도 디자인 감각이 탁월한 건물을 짓는 등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로 개교 60년을 맞은 장년의 홍익대는 변신을 위해 알을 깨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을 신축하고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 있는 화성실습장에 차세대 지식정보사회형 첨단공학, 연구센터를 세우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홍익대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15대 총장에 취임한 권명광 총장이 서 있다.


지난 11일 오후 총장실에서 만난 권총장은 “우리 학교는 ‘산업과 예술의 만남’을 슬로건으로 삼고 다른 학교보다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디자인 분야를 특성화해 나가겠다”고 거듭거듭 말했다.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디자인 인력이 연간 3만5000명 정도이고 홍익대 출신 디자이너들이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활동하고 있을 만큼 홍익대의 ‘디자인 분야’의 강점은 탁월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홍익대의 디자인 특성화 방침은 서울 대학로에 있는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IDAS)의 신축계획에서도 읽을 수 있다. 권총장은 “오는 2010년 8월까지 지하 6층, 지상 15층, 연면적 1만7714평 규모로 새로 지어 서울 대학로의 상징물로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완공되면 대학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품디자인, 디지털미디어디자인, 디자인경영전공 분야로 나눈 석사 과정과 디자인 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학원은 모든 강의를 100% 영어로 하고 논문도 영어로 제출해야 하는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졸업자들이 이미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만큼 홍익대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권총장은 “디자인은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며 디자인 산업은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사회와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디자인 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홍익대의 이같은 예술적 특성의 근인으로 ‘홍대문화’를 꼽았다. 권총장은 “일반인들은 ‘홍대’하면 ‘인디문화’(일종의 독립예술로 상업적인 시스템이나 거대한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흔히 말하는 주류 문화와는 변별력을 갖는 문화)를 떠올린다”면서 “우리 대학은 한국 인디문화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권총장은 반도체 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우수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12∼3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비가 내리지 않아 전자산업에 가장 이상적인 습기 없는 천연의 환경을 갖추었다는 특성을 활용해 하나의 산업단지로 만들어진 곳인 만큼 ‘홍대=인디문화’라는 인식과 더불어 투명한 경영을 통해 ‘홍대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총장은 또한 2009년 9월까지인 임기 3년 동안 홍익대의 이미지 일치를 위해 헌신할 뜻도 밝혔다. 즉 종합대학인 홍익대의 실제 위상과 홍익대는 미술대학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 간 괴리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홍익대는 공과대학, 경영대학, 법경대학 등 9개 단과대학과 38개 학과에서 1만4000여명의 학부생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이지만 미술대학으로 깊이 각인돼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권총장은 “우리 학교를 미술대학으로 인식하는 것은 60년 전 개교 당시부터 해외 유학생들을 적극 받아들이는 등 역사와 전통에 따라 국내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총장은 “그러나 우리 대학이 지난 1971년 수도공대를 인수합병하면서 종합대학이 됐다”면서 “오는 2009년 임기까지 일반인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홍대=미대’라는 인식을 줄여나가는데 주력하면서도 디자인 분야를 특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활발한 대외 활동을 예고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변화의 단초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홍익대는 이미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 11만평 규모의 화성실습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곳에는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수리실험동, 미술디자인 평생교육원 실습장, 대학 운동부(축구·야구) 구장, 미술대학 종합 미술실기동 등이 들어서 있다.

권총장은 이어 “앞으로 교육, 문화,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산·학협동단지를 조성, 차세대 지식정보사회형 첨단공학, 연구센터를 세워 산·학협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디자인분야 관련 연구개발(R&D) 기반을 조성하고 특수대학원을 설치하며 문화·예술체험 및 재교육을 위한 테마파크 및 아트빌리지를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권총장은 특히 “대학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잠재력과 특성을 살려 성장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충남 조치원 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디자인·애니메이션·영상분야·제조 등 첨단 영상 벤처기업과 협력해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총장은 이와 함께 홍익대의 국제화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는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국내 학생을 해외로 보내는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우리 대학은 앞으로 해외로 학생을 보내 디자이너나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게 하면서도 동남아시아 지역 학생들을 국내로 유치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한국으로 와서 공부를 하고 간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한국과 본교를 알리는 훌륭한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총장은 미래 성장동력도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미 2년 6개월 동안 수석부총장을 맡으면서 학교 장단기 발전계획을 만들어놨다. 권총장은 “대학 성장전략으로 디자인 관련 분야를 특화시키고 교육, 연구, 경영·관리, 재정 등을 꾸준히 내실화해 안정적인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 유수의 대학과 실질적인 교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권명광 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73년 홍익대 공예학부 도안과 전임강사로 교단에 선 이후 줄곧 디자인 인력 배출에 심혈을 기울여오면서 외길을 걸어온 '디자인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30년을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권총장은 교육자로서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안상수 교수 등 국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인물을 제자로 배출해냈다.

또한 근대디자인사, 바우하우스, 디지털이미지 크리에이션 등 두툼한 책도 여러 권 펴냈고 명예 철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의 실력이나 디지안에 대한 애정은 제3회 상공미술전람회 대통령상,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대통령상, 서울올림픽기장수여(올림픽디자인 전문위원),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두차례 받은 황조근정훈장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대변한다.

그는 대학내에서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장, 광고홍보대학원장, 미술대학원장, 영상대학원장, 특성화사업단장, 수석부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특성화와 산업과 예술의 만남을 통한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시각디자인협회,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한국광고학회 등의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정보통신부 우표심의위원,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심의위원, 대학민국광고대상 심사위원장, 언론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은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믿음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은 64세인데도 팽팽한 긴장감이 돌 만큼 탄력이 있다.
아침마다 시내 체육관에서 하는 조깅에다 골프와 스키, 음악회 관람으로 건강을 지킨 덕분이라고 한다.

그의 건강은 예술과 산업이 융화된 특성화된 대학으로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권총장은 그의 디자인 인생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한마디로 대신했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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