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국익 우선’과 비스마르크/이종환 마이에셋자산운용 부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5 16:18

수정 2014.11.05 11:10

불과 몇 백년 전 임진왜란을 앞둔 조선은 심각한 국론 분열로 국정이 엉망이었다. 당시의 명재상 유성룡이 전쟁이 끝난 후에 참담한 심정으로 쓴 징비록(국보 제132호)에 그 당시 상황이 묘사돼 있다. "왜구의 침략이 있을 것이다"와 "없을 것이다"로 나뉘어 싸우던 조정은 일단 일본의 침략을 경계해 대비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지만 이번에는 지휘관의 임명과 성의 개·보수 등을 놓고 서로 입씨름을 하며 귀한 시간을 낭비했다.

유성룡은 그 때 조선 조정은 과도한 국론 분열로 국가전략을 세울 수 없었고 장수 선발과 성의 위치 선정 등에도 잘못된 경우가 많았으며 그 결과로 국가가 큰 난을 당했다며 국력의 낭비를 가져오는 과도한 국론 분열을 경계하고 있다.

국론 분열에 관한 한 지금 우리나라 상황도 그 당시에 못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개발 보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갑론을박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찬성과 반대하는 편의 시각 차이가 현저해 과연 이들이 다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긴 국론 분열이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늘 있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그 분열의 도가 지나친 감이 있고 또 편이 갈라져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익 우선을 앞세우며 쉽사리 물러날 태세가 아니어서 정말 염려스럽다.

국익 우선을 말로 외친다고만 해서 능사는 아니다. 국가를 위한다는 진실한 자세로, 시대상황에 알맞은 시각과 실천방안을 가지고 국익을 도모해야 그것이 국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이 방면의 대가를 꼽으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 장군, 그리고 외국의 예를 들자면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재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과는 대비되어 후세의 사가들이 곧잘 '실패자'로 묘사하는 인물들이 이들과 맞섰던 원균과 프로이센의 국왕 빌헬름2세다. 이순신 장군은 설명이 필요 없으므로 비스마르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국익 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듣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프로이센 제국의 비스마르크는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철혈재상, 천재적이고도 무자비한 융커(지주), 독일 통일의 대장장이 등 그의 동지와 적은 그를 서로 다르게 칭하고 있지만 후세의 많은 사가는 그를 명재상으로 평가하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의 재임기간 중 국력과 국가의 위상이 엄청나게 신장되었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의 실력은 특히 외교 분야에서 빛난다. 그가 주변 국가들을 복잡한 관계로 얽어서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못하게 했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우선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 3자동맹을 시도한다. 그러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발칸반도에서 격돌하게 되자 이번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3국동맹을 시도한다. 그 다음 그는 흑해로 들어가는 다다넬즈해협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오스트리아,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와의 3국동맹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와 비밀조약을 맺어 러시아가 다다넬즈해협을 공격할 때 독일이 지원하기로 약속한다. 용의주도한 비스마르크의 작품이다.

성장하던 독일의 국력은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새 국왕인 빌헬름 2세가 등장하며 그 성장이 멈춘다. 시민계급의 대표자 역할을 자임한 빌헬름 2세는 자주 화를 내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에서 불화를 일으켰다. 국민 삶의 군사화를 통해 부국강병을 도모하던 그는 곧 외교상의 큰 실책을 범하게 된다. 비스마르크를 해임한 빌헬름이 맨 처음 했던 일이 그 저명한 비스마르크의 동맹체제 허물기였다.
그 결과 러시아와 영국의 동맹관계가 느슨해졌으며 그 틈에 프랑스가 고립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술 더 떠 그는 서서히 쇠퇴해가던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제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한다.


머지않아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우리도 현시점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옛날 독일처럼 커다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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