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부 박혜영씨(40)는 요즘 아이가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휴대폰부터 찾는다. 휴대폰이 아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현대인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GPS 효시는 아인슈타인
GPS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한 과학자는 누굴까. 정답은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GPS는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10년간 자신의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어 1915년 11월 25일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그럼 특수상대성이론은 무엇인가. 바로 ‘E=mc²’이다. ‘E=mc²’은 빛의 속도(c)가 일정하므로 어떤 물체의 고유한 에너지(E)는 그 질량(m)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화해 일반상대성이론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중력속도와 빛의 속도가 거의 같다는 학설이다. 처음엔 중력에 의해 시공간(時空間)이 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은 개기일식 때 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진짜로 휘는 것을 밝혀냈다. 에딩턴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은 잊혀졌을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실생활에도 응용된다. 대표 사례가 GPS. GPS는 고도 2만㎞에 떠 있는 위성으로부터 시간 정보를 받는다. 이런 고도에서 중력은 지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일수록 시간은 빨리 간다. 결국 이 값을 바로잡아 주어야 위성과 정확한 교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GPS의 정확한 시간 정보 능력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길도우미와 휴대폰의 ‘친구찾기’ 기능은 GPS가 핵심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불멸의 업적을 이루어낸 것은 28세 때였다.
■과학과 정보기술(IT)의 훌륭한 만남
GPS는 24개의 내브스타(NAVSTAR) 위성그룹(예비위성 3개는 별도)으로 구성된다. 이 위성들은 지구 상공 2만2000㎞ 지점을 돌면서 4개씩 짝을 이뤄 6개의 궤도에서 GP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들 위성에는 16만년에 1초 정도가 틀리는 정밀한 시계 4대가 붙어 있다.
위성에서 찾는 대상물의 위치(거리) 찾기는 위성에서 신호를 발사한 시각과 수신 시점의 시간 차를 측정한 다음, 여기에 빛의 속도를 곱해서 계산을 하는 삼각측량법을 이용한다. 삼각측량법은 알려지지 않은 지점의 위치를 그 점을 제외한 두 각의 크기와 그 사이 변의 길이를 측정해 알아내는 방식. GPS는 이를 응용해 4개의 위성으로부터 도달한 전파신호로 각각의 위성간 거리, 각도를 계산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4개의 위성이 필요한 것은 좌우, 앞뒤, 높이, 시간 등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인슈타인의 일방상대성이론 숨어 있다.
따라서 GPS와 도로정보가 내장된 단말기만 있으면 일단 자신의 위치 파악과 목적지까지의 경로 파악이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교통 혼잡도나 사고유무를 알려주는 실시간 교통정보 단말기. 방송국의 라디오 전파 가운데 남는 부분에 데이터를 담아서 ‘방송’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정보를 종합해 원하는 장소까지의 최단거리를 알려준다.
■한국,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
GPS는 원래 미국이 군사용으로 개발했다. 1970년대 초반 미국 국방부가 ‘방어용 위성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고 1984년부터 민간에서도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는 미국의 GPS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가 갑자기 정보 제공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착륙하던 항공기가 부딪혀 폭발할 수도 있고 연습 중인 유도미사일이 궤도를 벗어나 다른 나라를 폭격해 쑥대밭을 만들 수 있다. 또 골프장을 향해 가던 자동차를 한강으로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또 다른 GPS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EU가 2000년 미국 독점의 GPS시스템에 반기를 들면서 탄생시킨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도 최근 참여가 확정됐다. 지난 9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한-EU 갈릴레오 협력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한국은 추후 상세협정을 맺고 500만유로(약 61억7000만원)의 참여분담금을 내며 EU산하 위성항법시스템감독기구(GSA)에 가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서비스될 갈릴레오 시스템을 이용하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고도 2만4000㎞의 궤도에 있는 30기의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상의 목표물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갈릴레오 시스템은 극도로 민감한 원자시계기술을 탑재하기 때문에 GPS보다 월등히 향상된 정밀도를 자랑한다.
GPS는 위치 정확도가 10m 내외인데 반해 갈릴레오는 오차를 1m로 대폭 줄였다. 또 GPS는 대형건물 같은 장애물 때문에 도심에서는 55% 정도만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으나 갈릴레오는 도심 건물은 물론 사무실 안, 나무 밑의 목표물도 추적할 수 있다. 실내에 있는 사람의 위치도 잡아낼 정도다.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