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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 믿다간 집 장만 힘들어”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6 17:24

수정 2014.11.05 11:07


경기도 일산신도시 주엽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박모씨(37). 지난해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직장동료에게 ‘집값이 크게 떨어질 텐데 왜 샀느냐’며 비아냥거렸던 자신에 대해 크게 후회하고 있다.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정부 말만 믿고 앉아 있다가는 방 한칸 마련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믿었다가 이 모양됐다”며 이번만은 꼭 아파트를 마련키로 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33평형 전세금으로는 어림도 없어 은행대출까지 끌어다 쓰기로 했다. 평형도 눈높이를 낮춰 24평형으로 정했다.

■“정부 믿었다가 이 모양됐다”

전세난으로 시작된 집값 오름세가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서울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북핵사태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약속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중·소형이라도 내집을 갖겠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중·대형에 비해 중·소형은 저평가됐다는 보상심리까지 작용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판교 및 경기 파주운정 고분양가 책정으로 경기 용인, 파주지역 중대형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20평형대로 눈을 낮춰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처음 집장만에 나서는 무주택자들이나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수요자들 “소형평수라도 사자”

2평 차이 아파트 시세 차가 최고 9000만원에 달하면서 화제가 된 경기 분당 야탑동 목련두원빌라도 최근 20평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아파트 29평형은 3억6000만∼3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된 반면 31평형은 4억3000만∼4억5000만원에 매매되고 있다.

성남 상대원동 신영 공인관계자는 “소형평형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매물은 줄어 가격이 강보합세다. 전세 부족과 고분양가에 따른 불안심리, 정부정책 불신 등으로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 일대도 소형 아파트 매수세가 부쩍 늘었다. 상현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대형 위주로만 문의가 많다가 최근에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성원 1차 24평형은 가격이 제자리였다가 최근 1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대치동 더보공인측은 “강남지역의 경우 심리적 불안감도 있지만 소형 평형이 중·대형 평형보다 너무 저평가돼 있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치동 경남아파트 25평형은 4억6000만원, 32평형은 7억3000만원으로 평형 간 가격차가 크다.

■“오름세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한동안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고 중·대형아파트에 대한 보상심리가 해소될 때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고가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제한, 청약제도 변경 등으로 소형아파트 매입이 쉽다는 점도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청약조건이 까다롭게 바뀌면서 청약을 포기한 저축 가입자들이 기존 중·소형아파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경우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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