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은행계카드사 ‘깡통 카드’ 남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6 21:07

수정 2014.11.05 11:06


은행계 신용카드사가 회원수 확대에 주력하면서 소위 ‘깡통 카드’ 유치 등 과거의 악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에 대한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자 또는 마스터 등 해외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의 경우 사용실적에 상관없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고 있어 외화낭비라는 비난의 소리도 높다.

16일 은행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9월 총 회원수가 616만1520명(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합계)을 기록, 9월 한달간 무려 13만7790명의 회원이 늘어났다. 전업계 카드사인 신한카드도 지난 9월 12만6000여명을 확보하며 회원수가 687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국민카드 신용카드 회원수는 900만명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체크카드는 약19만명을 9월 한달간 모집했고 하나카드 역시 매월 3만∼4만명의 회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회원수 증가세는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이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 대응 및 교차판매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같은 카드회원 증가의 이면에는 금융사 직원들의 실적관리를 위한 목표채우기가 자리잡고 있어 실제 은행 및 카드사의 경영에 도움이 얼마나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예로 적지 않은 은행직원들은 신용카드발급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자필서명과 신분증 사본 등을 받아 은행에 잔고가 전혀 없는 ‘깡통계좌’, 즉 신용카드 결제만을 위한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다. 이 경우 연회비 등이 인출되지 않아 카드를 만든 고객으로서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고 직원입장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은행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신규카드를 발급받은 후 대체로 3∼6개월이 지나면 카드해지를 권유해 다음 목표실적이 나왔을 때 동일인에게 다시 카드를 발급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원가는 배송료를 포함해 4000∼8000원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한달간 10만명의 회원이 늘어났고 이 중 절반만 실제 사용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은행 및 카드사 입장에서는 월 2억∼4억원가량을 허공에 날리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해외사용이 가능한 비자나 마스터 카드의 경우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분기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어 불필요한 외화가 국내 금융사간 회원확보경쟁으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잔고가 없는 통장을 만들어 신용카드를 발급해봐야 은행에는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근 실적평가에서 교차판매 등의 영업외 항목 비중이 높아져 이같은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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