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엔환율 700원대’…일본 상품 ‘한국 강타’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7 18:16

수정 2014.11.05 11:04



원·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00원대로 급락했다가 800원대로 재진입했으나 ‘추가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엔저’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국시장에서 엔화 하락을 틈타 소형차를 중심으로 차량가격을 대당 800∼1000달러까지 낮추는 등 ‘저가전략’을 앞세워 한국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또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엔화 하락을 활용, 수출단가를 10∼20% 인하하면서 최근 수출물량이 연초 대비 30∼40% 증가한 반면 우리 기업들은 수출가격을 5∼10% 인하하는데 그쳐 수출물량이 10∼20%만 증가하는 등 ‘엔저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반도체 가격인하 돌입

17일 업계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800원을 기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추가 하락세’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출업체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엔화 하락으로 단기간에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까지 환차손을 우려하면서 업체들마다 외화 결제시스템 다변화, 유럽·미국 등 해외공장 가동 확대 등 돌파구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엔화 약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은 자동차, 가전, 철강 등으로 이들 업체는 엔화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올 연말과 내년도 수출전략 재검토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엔화 하락을 틈타 차량 가격을 인하하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도요타의 소형차 야리스가 미국에서 1만1000달러에 팔리는 반면 현대차 액센트는 1만2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최근 ‘엔저’를 틈타 800달러나 더 내린 가격에 야리스를 내놓으면서 한국차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소형차 부문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최근 엔저대책을 위해 외부 컨설팅회사에 대응방안을 의뢰했다. 기아차는 고부가차량 수출을 늘리고 해외공장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전자업계도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디지털가전,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등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 TV 등 디지털가전의 경우 일본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엔저로 일본기업들이 가격인하를 시도하는데 대해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엔화로 자금을 결제하기보다 달러 결제율을 확대하고 환율방어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는 등 비지땀을 쏟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유리한 경쟁을 하기위해서는 원·엔 환율이 900원대가 적합한데 700원대까지 추락하면서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기업들마다 결제시스템 다변화와 미주, 동유럽 등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조선 등 ‘엔저 후유증’ 최소화 부심

철강업계도 원·엔 하락에 따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직접적으로 일본 및 동남아 수출가격이 하락, 수출이 감소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는 일본수출 물량이 연간 200만t에 달해 최근의 엔저 지속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중국과 동남아 등 일본 제품들과 경합하는 시장에서 포스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대해 원가경쟁력 제고와 환율방어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에서 일본과 수위를 다투는 조선업체들도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선박들의 가격경쟁력이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국내 선박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10%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돼 왔으나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 만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엔저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이러한 영향은 내년도 수주경쟁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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