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마감후(그래픽)한국증시 체질개선중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8 15:38

수정 2014.11.05 11:02


재송 - 고딕부분이 추가부분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만 등 신흥시장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도 상승행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올들어 국내 증시는 게걸음하고 있다. 외국인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데다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한동안 국내증시를 짓눌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환경은 오히려 국내 증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를 국내 기관 등이 충분히 받아내고 있으며 북핵 사태는 최악의 국면으로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이미 한물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한국증시 상승률 가장 낮아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지난 주말인 이달 13일까지 4년6개월동안 국내 증시 상승률은 203.4%에 달했다. △미국 29.2% △대만 38.9% △일본 80.8%은 물론 중국(172.2%)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브릭스 국가인 △러시아 420.5% △인도 327.8% △브라질 301.2% 보다는 상승률이 낮아 브릭스를 제외한 선진 증시나 신흥시장에서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올들어서는 역전됐다. 올들어 이달 13일까지 국내 증시 상승률은 7.22%에 그쳤다.

금리보다는 높지만 이는 같은 신흥시장인 대만(11.54%)은 물론 선진시장인 미국(12.80%)보다도 낮은 상승률이다. 브릭스 국가들의 상승률은 러시아(41.97%), 중국(41.17%), 인도(38.12%), 브라질(28.85%)로 국내 증시보다 한참이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외국인 매도세가 표면적 원인

국내 증시만 게걸음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활한 것일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경제의 불투명성,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와 한국기업의 주가를 실제보다 낮춰 평가하는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분식회계 등으로 인해 다른나라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현상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증시 상승률이 다른 주요국보다 떨어진 것은 올 봄이후 줄기차게 내다 팔고있는 외국인 매도세 때문으로 풀이한다.

외국인은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9조899억원어치(이달 17일 기준)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0분의1에 해당하며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규모다. 이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42%대에서 37%대로 줄었다. 단기간에 5%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과거의 경우 외국인이 단기간에 이 정도 물량을 쏟아냈으면 주가가 폭락, 연초 지수의 반토막까지 급락했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도는 북한의 위협이나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시아에 투입한 자본을 지역별·국가별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아시아시장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대개 신흥시장 펀드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17% 정도인데 북핵사태이후에도 이 비율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아시아 시장은 중국과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투자비중이 높았던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사장은 “올들어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들은 중국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일본에 재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지수 1000선 밑에서 저가에 주식을 산 외국인들이 많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바탕으로 무리없이 투자금을 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긍정적…증시 체질 개선 기회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한국주식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30% 이하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며 “이는 외환위기 이후 다소 과다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도현상은 주가상승 억제등 우려에도 불구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국내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너무 높아 외부환경에 따라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외국인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던진 매물을 간접투자 붐으로 자금력이 탄탄해진 기관이 소화해내는 양상으로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과 적립식펀드가 주축이 된 기관은 거치식 외국 자본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을 매수되는 것”이라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지금껏 국내 증시 역사상 없었으며 이는 국내 증시를 더 안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들어 국내증시의 상승률이 주요국보다 낮은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외국인의 끈질긴 매도공세에 기인한 것으로, 오히려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최근의 국내증시가 체질개선에 성공했음을 엿볼수 있다는 지적이다./hu@fnnews.com김재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