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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Inside] ‘뚱뚱보 패션’ 커다란 멋을 입다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8 17:36

수정 2014.11.05 11:01



‘빅사이즈 의류가 자신감을 입었다.’

창피해서 밝히기도 곤란했던 빅사이즈 의류가 당당한 패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몇 군데의 의류매장을 돌아다녀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조차 힘들었던 빅사이즈 상품들이 패션 트렌드로 부상하며 의류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

40대의 김모씨는 요즘 옷을 구매하러 백화점 임부복 매장을 찾는다. 복부비만으로 고생하는 골프마니아인 김씨가 찾는 곳은 백화점에 입점한 임부복 전문매장 ‘쁘래나탈’. 바지 허리를 고무줄로 조절할 수 있어 입기에도 편하고 가격도 마담브랜드에 비해 30∼40% 저렴해 자주 들른다. 김씨는 “40∼50대 여성 골프마니아들에게 임부복 전문 브랜드의 바지가 인기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귀띔했다.

‘통통녀’ ‘통통남’들을 겨냥한 빅사이즈 관련 상품이 늘고 있다.
체구가 서구화되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고객들의 빅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 2001년 20억원 정도였던 큰 옷 전문시장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기존 빅사이즈는 온라인이나 서울 이태원, 동대문 시장에서 주로 팔아왔지만 최근 들어 이들을 겨냥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속속 들어서면서 고급화하고 있다. 빅 사이즈 제품은 펑퍼짐 할 것이라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최신 디자인의 유행을 그대로 따른 것이 특징이다. 아동복 경우에도 큰 사이즈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임부복, 성인크기 아동복도 잘 팔려

롯데백화점에는 최근 패션화된 임부복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쁘래나탈’과 분당내 임부복매장 ‘Fe story’에도 일일 15∼30여명의 문의가 이어지면서 임부복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실제 올들어 임부복 매출 중 중년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이상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 여성정장 매입팀 손성희 바이어는 “임부복이 패션화되고 빅 사이즈 의류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구매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며 “임부복을 가격과 기능 면에서 다양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동복의 경우도 큰 사이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아동복 브랜드 모다까리나도 큰 사이즈를 찾는 아동을 겨냥해 ‘주니어존’ 라인인 까리나진을 만들어 19호(여성복 55호)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브랜드에서도 13세 이상 사이즈 매출은 지난해보다 2∼6% 늘었다.

■빅 사이즈 전용 매장 입소문 타고 인기

최신 디자인의 의류를 입고 싶어하고 구매력도 있지만 막상 브랜드에 사이즈가 없어서 구매하지 못하던 아줌마들을 공략한 빅 사이즈 전문매장도 인기다.

30대 이상의 아줌마를 겨냥한 신세계 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과 강남점의 ‘디사이즈’숍은 오픈 한달 만에 각각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커트는 30만∼50만원, 재킷은 최고 70만원대로 다소 비싸지만 예쁜 디자인의 큰 사이즈를 찾는 아줌마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디사이즈는 ‘앤디 앤 뎁’ ‘쏠레지아’ ‘아이씨비’ 등 20∼30대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상품을 77∼99 사이즈로 판매하는 곳.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하의를 상의보다 크게 입는 점을 고려해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 이마트에 입점한 ‘사이즈리스’도 300여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도 다양하면서 1만5000∼3만5000원선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남성고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실제 남성 하의의 경우 40인치가 최대이나 한 두치수 더 큰 제품을 찾는 고객이 있어 사이즈 확대를 검토 중이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지난달 ‘슈퍼맨 정장 페어’를 열고 기존 남성브랜드들이 큰 사이즈 옷을 선보이고 맞춤해주는 행사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현대백화점 남성 토털코디룸 김정미 실장은 “디자인은 기성복과 같지만 사이즈가 큰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고 말한다.

/scoopkoh@fnnews.com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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