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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 여성 정장슈트-女사회활동 증가로 대중화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9 16:50

수정 2014.11.05 10:36



현대 여성의 기본 복식 중 하나인 여성 정장수트는 남성 정장수트와 마찬가지로 일하기 편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옷차림이다.

여성 정장수트의 유래는 17세기 승마복에서 찾을 수가 있으나, 변화의 속도가 느렸다. 1870년대 사이클링 등 스포츠의 유행과 참정권 획득, 남녀평등운동, 산업혁명에 따른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가 여성 복장의 변혁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 즉 장식적인 드레스 대신 재킷과 스커트가 분리된 활동적인 정장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워스’가 엉덩이 길이의 튜닉과 스커트로 이루어진 투피스 스타일을 만들었는데, 이는 여성복장의 미래에 대한 암시였다. 그 후 영국인 ‘레드펀’이 테일러의 ‘재단 기술’과 ‘단순성’의 감각을 여성복에 도입하여 테일러드 수트를 여성 외출복으로 변화시켰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촉진됐고, 경제적인 독립을 원하던 여성들에 의해 패션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단순하고 부드러운 라인의 테일러드 수트는 급격히 확산되어 상업과 사무직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들의 근무복이 됐다. 당시 여성은 어느 누구도 속박이 많은 드레스를 원하지 않았다. 이 때 샤넬에 의해 디자인 된 사넬 수트는 영국 남성복의 단순성과 착용감을 여성복에 도입하여, 새로운 여성미를 창조했다. 특히 저지(jersey)와 베이지색의 사용은 장시간 입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 실루엣을 가진 획기적인 것이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여성 수트는 성숙하고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특히 영화배우 마들린 디트리히는 공적인 자리에서 남성의 클래식 수트와 바지를 입는 것을 감행해,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한 새로운 이미지와 매력을 느끼게 함과 더불어 여성의 바지 착용에 기여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 하이패션계에서도 정장 수트의 발달에 기여했다. 예를 들면 이브 생 로랑이 남성용 디너 수트의 형식을 응용한 여성용 스모킹 재킷을 발표했고, 바지를 정장으로 등장시킨 팬츠 수트도 선보였다. 1970년 랄프로렌도 여성을 위한 팬츠 테일러드 수트를 발표하여 바지는 더 이상 남녀가 구별되는 의복이 아님을 보여 줬다. 이는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여성의 바지에 대한 욕구의 돌파구였다.

1980년 ‘도나 카런’은 직장 여성을 위해 남성적인 테일러드 재킷을 기본으로 한 ‘세퍼레이트(separates)’의 조합을 제시했다. 그녀는 테일러드 재킷에 여성인체의 곡선을 드러내는 바디 수트, 랩 스커트와 넓은 팬츠의 조합을 통하여 직장에서의 정장차림으로서 손색없게 했다, 재킷의 교체만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차림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권위의 이미지와 여성성을 동시에 보유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만족시킴으로써 클래식 테일러드 수트를 현대 여성의 삶에 맞게 변화시켰다.

초기 여성의 정장수트는 자신의 정체성을 남녀 공용인 정장수트의 의미로 표현하여 직장에서의 성차별을 당하지 않지 위한 방편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의 정장수트는 그런 초기의 방어적 개념을 탈피하여, 여성의 자아 표현을 통해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고, 직장에서 권위와 존경을 얻는 적극적 개념의 의복으로 입혀지고 있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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