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중기 윈윈] 하나은행,한달 상주 ‘맞춤형 컨설팅’ 기업 선호도 높아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19 20:15

수정 2014.11.05 04:29


#1. 전북 전주의 한 병원에 약품을 납품하던 A업체는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이사장의 무리한 경영으로 이 병원이 부도가 났다는 것이다. 병원에 납품한 약품 값도 받기 어려워진 A업체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병원을 직접 인수해서 운영해보기로 결심했다. 약품 값을 날려버리느니 직접 운영해서 약간이라도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기에 앞서 A업체는 평소 거래를 하던 하나은행에 시장 분석을 포함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하나은행 컨설팅팀은 병원이 부도가 났고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단점을 먼저 숙지하고 인근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지방에 있었지만 전주 인근에는 의료시설이 많지 않아 전주뿐만 아니라 주변 익산군, 무안군 주민들까지 이용하고 있어 의외로 고객층이 두꺼웠다. 또 부도난 병원답지 않게 병원이 친절하고 환자들에게 잘 대해준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주시를 비롯해서 인근에서는 이 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번 부도난 병원인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의 의료수요, 병원 현황 등의 의료환경 분석을 실시했으며 예상수익성 분석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 컨설팅팀은 A업체가 병원의 기존 직원들을 그대로 이어받아 서비스 교육과 이미지 개선을 진행하는 가운데 경매에 들어간 병원 건물과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대출을 주선했다. 경매낙찰을 위한 신규 자금 75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결국 A업체는 앉아서 잃어버릴뻔 했던 약품 납품대금 대신 번듯한 병원을 얻게 됐다.

#2. 산업용 쓰레기 소각로 제조와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B산업은 최근 귀가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전북 익산 지역에 신규로 설치되는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필요한 소각로 전체를 공급해달라는 주문이 온 것이다. 회사의 규모를 대폭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쉽사리 OK 하기가 어려웠다. 혹시라도 소각장 건설이 어긋나는 날에는 주문 대금을 못받게 돼서 회사 문을 아예 닫을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소각장 건설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하기 어려웠던 B사는 하나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나은행은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대한 시장 수요와 주변환경분석, 진입장벽, 경쟁사들 간의 경쟁 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나갔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컨설팅팀은 B산업이 마땅한 담보 여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으로 신규 여신 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용기를 얻은 B산업은 소각로를 건설해서 납품하기 시작했고 최근 하나은행으로부터 추가로 40억원의 지원 약속도 얻어냈다.

지난 2004년 컨설팅 업무를 시작한 하나은행의 컨설팅 기본 방침은 ‘고객 기업을 내 기업처럼 세세하고 차분하게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다른 시중 은행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료’라는 점을 내세운 것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돈을 내더라도 제대로 컨설팅을 받고 회사의 잘못된 점을 찾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았던 탓이다.

이와 같은 의지의 반영으로 올해 들어 하나은행이 실시한 컨설팅은 총 15건. 다른 은행에 비해 수치로는 적지만 1개 업체에 2명의 직원이 파견돼 4주간을 꼬박 상주하면서 조사를 하다 보니 많은 업체를 커버할 수가 없다. 한달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투자하지만 실제로 받는 컨설팅 비용은 인건비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 기업들도 간혹 있지만 대개의 경우 한달이나 진행되는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나면 유료라고 불만스러워했던 기업들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하나은행의 고객 기업이면서 갑자기 기업 환경이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는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약 1주일의 비교적 기간을 짧게 해서 회사의 단점을 짚어주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속성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운영기업 외에 신규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자나 시장 환경 분석, 혹은 인수 기업의 수익성 등 다방면으로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은행 컨설팅만의 특징이다.

바이오디젤 제조업을 시작하려는 C사도 이런 업체 중의 하나였다.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국내바이오디젤 시장의 현황, 관련 법규, 예상 수요 등에 관련한 정보를 하나은행을 통해 얻었다. 또 외부 환경분석과 원가분석, 예상매출처 분석 등의 내부역량 분석 등을 통해 향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신규 여신 20억원을 지원받는 혜택까지 얻었다.


경영컨설팅팀 이용현 차장은 “컨설팅만으로 완료하기보다는 하나은행의 자금지원까지 연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기업들도 겉핥기식의 가벼운 무료 컨설팅보다는 기업 내용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유료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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