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M&A중개시장’외국계 투자은행 독무대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2 16:43

수정 2014.11.04 20:28



“대우건설, 하이닉스, 외환은행….”

메릴린치, 씨티그룹, JP모건, UBS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국내 ‘매머드급’ 인수합병(M&A) 중개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산업은행, 삼성증권 등이 외국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을 뿐 그나마 다른 곳들은 끼어들 엄두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 M&A팀 관계자는 “M&A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쟁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채권단이 외국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고 공동주간사로 참여해 실무를 도맡아도 수수료는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M&A 중개시장 외국계 득세

외국계의 국내 M&A중개시장 독식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더라도 단독은 드물고 외국계와 공동참여가 대부분이다.

매각금액이 6조6000억원에 달해 올해 기업 M&A시장의 최대어였던 대우건설. 수수료율 1%만 적용해도 주간사에는 600억원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이 딜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공동주간사 삼성증권)이 주간사에 선정,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수 주간사에는 JP모건과 산업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의혹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도 씨티그룹이 주간해 매각 작업을 추진해 왔다.

매각규모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 7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도 매각 주간사에 메릴린치 등 외국계 4곳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로는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굿모닝 신한증권 3곳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유통시장 M&A 중개 시장은 외국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랜드로 넘어간 까르푸의 매각 주간사는 ABN암로가 역할을 수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해태제과 매각도 주도했었다. 월마트는 씨에스(CS)가 맡았다.

■외국계 IB, 외화표시 채권시장 82% 독식

대규모 해외채권 발행시장도 외국계가 독차지하면서 ‘남의 집 잔치’가 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행하는 10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외평채 발생 공동주간사에 산업은행이 참여한 것과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은 바클레이즈 캐피탈. 바클레이즈는 전체 국제채권발행 규모의 12.02%인 13억3400만달러(12개 기업)의 실적을 냈다. 미화 4억달러 규모의 하나은행 외화후순위채권 발행, 8억달러 규모의 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 발행 등이 모두 바클레이즈의 작품이다.

도이치뱅크와 USB도 국제 채권 발행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도이치뱅크는 수출입은행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 한국도로공사의 10년만기 4억유로 채권 등 9곳의 주간사로 참여해 13억500만달러(11.76%)의 실적을 냈다. USB도 국내 기업 10곳이 추진한 국제채권 발행에 참여해 12억1300만달러(10.93%)의 실적을 올렸다.

이어 씨티그룹(8.72%), 모건스탠리(7.95%), ABN암로(6.99%), BNP파리바(6.54%), 골드만삭스(6.52%), 메릴린치(5.31%), 크레디트스위스(5.23%) 등이 상위 10권에 포진했다.

전문가들은 눈앞의 이익을 좇는 국내 위주의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이 외국계 기업들에게 안방을 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3·4분기 현재 원화표시회사채 및 ABS 주간 실적에서 대우증권(14.7%), 한누리(12.15), 산업은행(9.3%) 등 국내 금융기관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경험과 실력 갖춘 IB 육성 시급

외국계가 국내 M&A시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실력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수자를 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국내업체들은 선진 투자은행들에 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외국계 선호현상’도 또다른 이유다. 지난 2002년 모 기업의 합병당시 국내 증권사가 주간사로 선정됐다.
당시 인수측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외국계 기업을 놔두고 국내 증권사를 선정하느냐”는 의견이 나와 무산될 뻔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국내 한 증권사 M&A팀 관계자는 “기업 발굴과 기업공개(IPO) 단계부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사후서비스 통해 향후 M&A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화표시 채권 발행 시장도 마찬가지. 산업은행 외자조달팀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국내기업과 관련된 투자은행업무도 외국계에 내주고 있다”면서 “외국계 IB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kmh@fnnews.com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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