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현재 경제 상황은 사실상 불황’이라며 내년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경제연구소와 해외기관의 잇따른 지적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고집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불황을 인정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는 대책이 주로 공공분야의 재정투자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는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이고 단기간에 나타나기도 어렵다. 새로운 공공사업을 벌이려면 공사 시작까지 보통 2∼3년이 걸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미 진행중인 사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많은 인력을 동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진작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에 발행 예정인 적자용 국채가 8조7000억원인데 여기다 추가로 5조원 정도의 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가채무는 31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가운데 금리 인하가 포함되지만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된다는 보장도 없다. 국내 금리 수준은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 데다 소폭이나마 인하할 경우 부동산 가격 불안을 유발할 수 있어 이것도 대책이 될 수가 없다.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책은 한국은행의 지적대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키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권부총리는 기업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나 기껏해야 사소한 규제를 완화하는데 그쳤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