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22일 별세한 최규하 前 대통령은…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2 17:51

수정 2014.11.04 20:24


22일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단명으로 끝난 ‘비운의 대통령’이었다. 지난 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이듬해 신군부의 집권으로 7개월여 만에 하야했다.

1919년 7월16일 강원 원주에서 태어난 최 전 대통령은 해방되던 해인 45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취임했으나 이듬해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51년 외무부 통상국장으로 발탁되면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주일대표부 총영사, 외무부 차관, 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67년 외무부 장관에 기용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76년에는 국무총리로 임명돼 4년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79년 10·26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세상을 뜨자 대통령 권한대행에 올랐고 같은 해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간선으로 대통령에 피선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80년 5·18 사태가 터지는 등 혼돈의 회오리가 계속되면서 최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위세에 눌려 결국 그해 8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했다.

대통령 의전일지 등에 따르면 신군부가 5·17 비상계염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같은달 31일까지 최 전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참석하거나 각료, 군관계자 또는 민간인을 면담한 기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신군부의 그늘에 가려 대통령으로서의 정상적인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96년 공개된 미국측 비밀문건은 최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대통령 선출 직전 약 1년만 재임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재임 후 개헌을 추진했지만 곧 이은 퇴진으로 성사되지는 못한 것으로 적고 있다.


이후 81년 4월부터 88년까지 국정자문회의 의장으로 활동했으며 91∼93년에는 민족사바로찾기국민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역대 대통령 서거는 이승만 전 대통령(65년), 박정희 전 대통령(79년), 윤보선 전 대통령(90년)에 이어 4번째다.
최 전 대통령은 하와이 망명생활 중 쓸쓸히 생을 마감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부하의 총탄에 숨을 거둔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달리 천수를 누렸지만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최단명 대통령’의 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홀홀히 사라졌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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