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북핵’ 누구 위한 도박인가/송계신 국제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3 17:45

수정 2014.11.04 20:19



무슨 일이든지 성패(成敗)가 있게 마련이다. 끝이 좋든지 나쁘든지 막바지에는 결과가 나온다.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대립도 승리한 나라와 패배한 나라로 갈릴 것이다.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가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아 결말이 보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9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를 상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핵 실험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고 관련국들은 착착 북한을 제재하는 조치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후 제재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 장관은 지난주 한국과 일본, 중국 외무 장관과 가진 잇단 회동에서 한·미·일·중국이 공조해 확실한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홍콩을 방문해 북한 불법자금 동결 등 금융제재와 북한 선박의 홍콩 정박 제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후속 조치와 함께 독자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당장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군 장비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해상자위대 초계기 P3C와 전자정찰기를 주변수역 상공에 띄워 감시를 시작했다.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화물 검색을 위해 미·일 공조를 사실상 가동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 선박과 항공기의 왕래금지나 제품의 전면 수입금지 등 ‘대북 봉쇄’에 가까운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뒤에도 공식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 등 군사적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의 은행들이 대북 송금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조사 명목의 북한 여행도 차단했다.

북한통으로 꼽히는 탕자쉬안 특사를 북한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의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강경 제재에 가장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이 북한의 핵실험 대책 논의에서 북한의 맹방인 중국이 가장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한국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모든 밀고 당김이 동북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치열한 외교전략이다.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외교전의 승자와 패자는 과연 누구일까.

미국의 경제전문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패자로 꼽았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을 얘기하면서 북한을 몰아붙였으나 결국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사실상 실종된 것도 부시 대통령의 실패라고 페섹은 지적했다.

후진타오 주석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는 것이 이렇다 할 지렛대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서 패자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음이 드러남으로써 패자라고 지목했다.

그렇다면 승자는 누구인가.

페섹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 총리가 승자다. 그는 북한 핵실험 사태로 일본 무장화의 명분을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졌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시 자리를 얻으려는 일본의 입지도 강화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일단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핵실험에 따른 제재로 그러잖아도 굶주리는 2300만명의 북한 주민이 더 고통을 당할 게 뻔하다는 점에선 그도 패자다.

북한 핵실험으로 최대 수혜를 보는 것은 결국 호시탐탐 재무장을 노리는 일본뿐임을 김위원장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 외교전에서 밀리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ks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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