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유명대회 우승컵도 ‘눈에띄네’

김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3 18:04

수정 2014.11.04 20:18


23일(한국시간) 끝난 미국 PGA 투어 후나이클래식. 유난히 눈길을 끄는 건 우승자가 아닌 트로피다. 미키 마우스가 그린 위에서 깃대를 잡고 있고 도널드 덕이 골프백을 메고 있는 가운데 한 골퍼가 라인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다.

우승 트로피만 보더라도 한 눈에 이 대회가 월트디즈니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대회는 해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트디즈니 리조트 내 골프장에서 열린다.

1860년부터 대회가 시작돼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은 ‘컵’ 아닌 ‘주전자’를 우승자에게 준다. 은으로 만들어진 주전자는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담는 술주전자라는 뜻의 ‘클라렛 저그(Claret Jug)’다.
1873년부터 수여되어 왔다.

‘명인열전’ 마스터스 골프대회는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준다. 미국 PGA 투어 대회에서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대회는 마스터스 뿐이다. 국내에서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주는 대회가 상당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짝퉁’ 그린 재킷인 셈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리는 크라이슬러클래식 투산의 우승 트로피는 투구 모양이다. 과거 스페인 제독이 썼던 투구를 본뜬 것이라 한다. 애리조나의 주도인 피닉스에서 열리는 FBR오픈은 독수리 비슷한 모양을 한 트로피를 수여한다. 대회가 열리는 지역과 과거 대회명(2003년까지 피닉스오픈)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밖에 올해 김미현(29·KTF)이 우승한 진클럽앤리조트오픈은 유명한 조각가가 크리스탈로 제작한 커다란 조개 모양 트로피를 수여해 눈길을 끌었고, 뷰익오픈은 날아갈듯한 여성상으로 자동차회사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골프 대회가 아니더라도 월드컵은 지구를 형상화한 우승컵을 수여한다. ‘지구촌 축제’라는 뜻에서다. 이렇듯 우승 트로피 하나에도 그 대회의 역사와 배경 등이 녹아 있다.

국내에서 열렸던 미국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도 2004년과 지난해 우승자에게 전통 한복을 입히고 이천 도자기를 수여해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 개막전이었던 롯데스카이힐오픈도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이 아닌 두루마기를 수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린 재킷=마스터스’, ‘클라렛 저그=브리티시오픈’ 등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우승 트로피는 대회의 상징이다. 갤러리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도 될 수 있다.
마케팅 수단이라는 얘기다.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비치긴 하지만 국내 대회 대부분은 아직까지 그저 그런 우승컵과 ‘짝퉁’ 그린 재킷으로 시상식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치르는 골프 대회가 더욱 빛을 보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색깔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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