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권,대형 M&A ‘거북 걸음’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3 19:38

수정 2014.11.04 20:18


은행권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매각초기 단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매각을 추진 중인 대형 M&A건은 주채권 은행의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매각한다’고 밝힌 처음 입장에서 한걸음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인수를 추진 중인 후보 기업들의 내부적인 문제도 불거지면서 점차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사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암초에 걸린 현대건설 매각은 현재까지도 매각 원칙에 대한 정립이 이뤄지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채권은행 중의 한 곳인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가 “인수를 희망하는 현대그룹이 매각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이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에 각각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채권단의 지지부진한 입장과는 달리 현대그룹 측은 유상증자와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서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내부적 법률 검토에서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사업 문제로 인한 그룹의 전략 차질 부분도 ‘대북사업과 현대건설 인수는 전혀 무관하며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여전히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측은 “은행별로 현대그룹에 대한 매각 자격 입장을 밝히면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법무법인 측에 자문을 통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정감사가 종료되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 김종배 부총재도 “그(8월 김총재 발언) 이후 현대 건설 매각과 관련해서 더 이상 논의된 바가 없고 보고받은 것도 없다”면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때 거론되던 현대건설과 현대상사의 패키지 매각에 대해서도 김부총재는 “(최근에는)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감사원이 매각을 권고했던 대우조선해양도 11월 초쯤 대우조선해양 지배구조 및 매각방법에 대한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면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금융공기업 협의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수익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굳이 매각을 서두를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수를 희망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따라서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여유를 두고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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