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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까기에 골프協 ‘솜방망이’ 제재


국가대표 상비군의 한 선수가 부정행위인 속칭 ‘알까기’를 시도한 것이 발각돼 실격처리됨으로써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선수는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 양모군(안양 S고 1). 양군은 지난 20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파미힐스CC에서 있었던 전국체전 골프 경기 마지막 라운드 7번홀에서 티샷이 OB가 났으나 ‘알까기’를 시도했다가 대구시 골프협회 이춘재 부회장에게 발각돼 경기가 끝난 후 경기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실격 처리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양군은 2번홀에서도 캐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알까기’ 부정행위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위원장 우승섭)는 명백한 부정행위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격론 끝에 양군의 실격 사유를 ‘에티켓 위반’으로 간주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알까기’는 골프규칙 제3조 4항의 ‘규칙 준수의 거부’에 해당하는 심각한 부정행위다. 다시 말해 ‘골프 룰 따위는 필요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게임 규칙의 파괴’ 행위로서 에티켓과는 전혀 무관하다. 따라서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가 이렇듯 애매모호한 처벌 기준을 적용한 것은 다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주니어 골프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저지른 부정행위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포착돼 처벌을 받게 된 경우는 이번 양군의 사례를 포함해 빙산의 일각인 2∼3건에 불과하다. 프로대회와 달리 매홀 중계 카메라가 따라다니지 않는데다 경기위원들이 배치되지 않아 선수들간에 ‘눈감아 주기’가 성행한 것도 이유지만 부정행위가 발각되더라도 그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용인대 총장배에서 ‘알까기’를 하다 적발돼 중·고연맹으로부터 1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던 당시 국가대표 상비군 윤모군(서울 N중3)의 경우가 현재까지는 최고 중징계다. 윤군측은 연맹의 징계처분이 내려지자 즉각 ‘징계무효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유없다’며 기각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알까기’와 함께 주니어 선수들이 즐겨 행하는 부정행위로는 ‘동전치기’가 있다. 이는 그린에 올라온 볼을 마크하면서 손가락으로 볼을 슬쩍 홀쪽으로 밀고서 마크를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더욱 대담해져 아예 마크를 홀쪽으로 던지는 것이 유행이다시피 한다는 것. 현재 주니어 골프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와 한국 중·고골프연맹은 ‘알까기’와 ‘동전치기’ 등과 같은 부정행위에 대해 전자는 출전정지 1년, 후자는 3개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약한 처벌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주니어들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일벌백계로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자격박탈’과 같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번 사태가 국가대표 상비군, 국가대표,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되려는 꿈으로 오늘도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대다수 주니어들로 하여금 엄청난 상실감과 박탈감을 갖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한골프협회는 현재 남아공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아마골프팀챔피언십에 협회 전무와 사무국장이 선수단 인솔차 출장 중이어서 양군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상벌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은 이들의 출국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격처리 이상의 움직임이 아직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