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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두영웅 ‘이기스칸’‘황순신’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5 09:20

수정 2014.11.04 20:13

한국형 항공모함인 ‘삼성전자호’가 고유가·환율·경기악화의 3중 풍파를 넘어 분기마다 2조원대 이익, 15조원대 매출을 실현하면서 ‘제2의 황금기’를 거침없이 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 황금기를 이끈 ‘일등공신’은 스타 최고경영자(CEO) 2인방이란 게 안팎의 평가다. 바로 삼성전자내 영원한 라이벌인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이기태 사장과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CEO는 분기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올려 ‘삼성을 먹여살리는 CEO’로 칭송받고 있다. 두 CEO는 지난 3·4분기에도 국내외 시장에서 10조원에 육박한 매출을 합작하면서 ‘스타 CEO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두 CEO는 윤종용 부회장에 이은 삼성전자의 ‘차기 수장’ 1순위로 손꼽히는 인물로 주가가 상승중인 데다 연말 인사철을 앞둔 시점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아예 이사장과 황사장을 역사적 영웅에 빗댄 독특한 ‘영웅담’까지 나돌고 있다.

먼저 이사장은 유라시아를 평정했던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을 빗대어 ‘이기즈칸’으로 불린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이기태 사장은 전세계에 메이드인 코리아 깃발을 꽂고 디지털 영토를 정복하는 ‘칭기즈칸’과 닮았다”며 “21세기 디지털 유목민시대를 이끄는 국보급 CEO”라고 추켜세웠다.

육군 학군장교(ROTC) 출신인 이사장은 대륙의 정복자인 칭기즈칸과 많이 닮았다.

몽골의 조그만 부족 출신인 칭기즈칸이 기마병을 앞세워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듯 이사장도 이동성이 특징인 휴대폰을 앞세워 5대양 6대주 곳곳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깃발’을 꽂고 있다.

이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지난 2001년 이래 삼성전자는 전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위와 고가 휴대폰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애니콜 신화’를 창조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 1억대를 돌파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1억1500만대 이상을 넘어 매출 20조원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사장의 전광석화같은 '스피드경영'도 칭기스칸과 흡사하다. 이사장의 스피드경영은 통신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의 심장부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형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사장이 지난 95년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2000여명의 구미공장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00억원 상당의 불량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웠던 일화는 유명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는 일면도 이사장과 칭기즈탄은 일맥상통한다. 칭기즈칸이 몽골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아랍, 유럽 등 쉴새 없이 새로운 영토를 정복했듯이 이사장도 ‘월드 베스트 월드 퍼스트 전략’ 아래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휴대폰을 연신 쏟아내면서 세계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위성·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1000만화소폰, 울트라 슬림폰 등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줄줄이 선보였다.

칭기즈칸이 불우한 어린시절을 딛고 일어서 영웅이 된 것처럼 이사장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낸 ‘자수성가형’이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사장은 3형제 중 막내로 자라 대전 보문고를 거쳐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졸업, 삼성전자에 입사해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신화’의 주역인 황창규 사장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한민족 최고의 영웅 이순신 장군에 빗대어 ‘황순신’ 또는 ‘디지털시대의 이순신’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왜군을 상대로 17전 17승을 거뒀듯이 황사장도 ‘황의 법칙’을 무기로 세계 반도체의 최강국이었던 일본을 수년째 이기고 있다.

황사장이 입사한 후 삼성전자는 90년대초 16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94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256메가 D램을 만들어 일본과의 격차를 벌였다. 황사장은 지난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해군장교 출신인 황사장은 지난 20일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가진 언론사 데스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순신 장군 예찬론’을 펼쳤다. 황사장은 “해군에서 근무했던 이유도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기 때문”이라며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을 반도체사업에 적용해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련을 기회로 여기는 황사장의 경영 철학도 이순신 장군과 닮아 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음모로 옥고를 치른 후 백의종군해 명량해전에서 전선 12척으로 왜군 수백척을 이긴 것처럼 지난 2001년 반도체 불황기에 불굴의 리더십으로 시련을 이겨냈다.

올해는 10여년 만에 ‘제2의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황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분위기다.
황사장의 반도체 부문은 올해 연매출 20조원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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