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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Inside] 하이힐,‘킬러힐’ 여자의 자존심을 높이다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5 17:27

수정 2014.11.04 20:11


지난 1967년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초대형 노출사건이 발생한다. 이른바 ‘윤복희 미니스커트 사건’이다. 당시 가수 윤복희는 외국에 나갔다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했다. 미니스커트가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 첫선을 보이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는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어르신들은 TV를 보며 손가락질했고 윤복희는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얼마 후 이 미니스커트는 서울의 명동거리를 휩쓸기 시작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젊은 여성들 역시 윤복희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의류업자들은 때 아닌 대호황에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당시 윤복희 미니스커트와 함께 대유행을 탔으면서도 조용히 묻혀있던 아이템이 있다. 바로 하이힐이다. 몸매라인을 드러내고 매끈한 다리를 노출시키는 미니스커트는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이 아니다. 하지만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으면 여성들의 가슴선은 살아나고 히프는 탄력있게 업 된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미니스커트가 하이힐을 만나면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미니스커트가 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하이힐을 신는다. 하이힐이 있기에 미니스커트가 살아나는 셈. 이에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는 “여자라면 누구나 하이힐에 신세를 지고 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윤복희 미니스커트 사건으로 대중화된 하이힐은 이후 우리나라에서 수십년 동안 유행을 타며 변천해왔다. 특히 전체적인 패션 트렌드를 따라 스타일이 변화되면서 의상에 보조를 맞춰왔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그에 따라 윤이나는 높은 굽의 하이힐이 유행을 탓고 ‘진’이 유행하면 그에 맞춰 통굽 하이힐이 유행이었으며 가죽소재 의류가 유행하면 그에 어울리는 통가죽 하이힐이 인기였다. 이에 하이힐 디자이너나 구두시장 마케팅 담당자들은 향후 유행할 의류 스타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행을 타는 의상 스타일에 따라 그에 맞는 구두를 준비, 판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옷의 유행따라 변하는 구두스타일

지난 여름엔 속옷이 훤히 드러날 만큼 짧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그리고 몸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 유행이었다. ‘섹스 어필’의 극단을 달린 패션 바람에 따라 하이힐도 섹시한 디자인의 스트랩 샌들이 대유행이었다. 스트랩 샌들은 가느다란 밴드로 발등을 가로지르고 발목을 감아줘 세련되면서도 섹시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특히 스트랩으로 발목을 강조, 남성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여성의 발목에 머물도록 했다. 초미니스커트와 함께 신는 스트랩 샌들은 다리가 길어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요즘은 발목이 꺾일 것 같은 10㎝를 훌쩍 넘기는 하이힐이 인기다. 보기에도 아찔한 이 하이힐들은 ‘킬러 힐’로 불리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전체적인 옷 성향이 윗도리가 길어짐에 따라 납작한 신발을 신으면 작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킬러 힐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피 무늬나 뱀피 무늬, 송치와 같은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하이힐은 섹시함을 강조할 수 있어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올 겨울에는 통자 부츠가 유행할 전망이다. 금강제화 조희영 디자이너는 “올 가을겨울 시즌은 귀족풍 의상과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의 옷들이 유행”이라며 “통자 부츠가 그 의상들에 어울리기 때문에 올겨울 주요아이템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통자 부츠는 지퍼를 없애 디자인을 단순화시키면서 선을 살렸다. 또한 승마할 때 신는 부츠와 디자인이 흡사, 유럽의 귀족 분위기 연출에 적합하다.

■패션의 ‘완성’ 아닌 패션의 ‘시작’으로

흔히 패션의 ‘완성’이라고 불리는 구두는 옷의 유행을 따라가며 옷맵시를 살려주는 하나의 아이템에 머물러 왔다. 소재가 다양하고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은 의상에 비해 구두는 소재나 디자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가의 구두들이 인기를 끌면서 구두가 패션을 선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두스타일과 색상에 옷을 맞춰입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들은 같은 디자인의 구두를 다른 색으로 두 켤레 이상 사는 경우도 있고 한겨울에도 발가락이 보이는 오픈 토 슈즈를 신기도 한다. 이들 구두는 각기 독특한 무늬와 세련된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선이 살아있다. 또한 발이 편해 활동이 많은 직장여성들에게도 적합하다. 대부분 한 켤레에 5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제품들이지만 여성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의 인기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의 무차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구두 브랜드인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과 ‘지미추(Jimmy Choo)’같은 경우는 여성들에게는 꿈의 구두로 통한다. 전세계 여성들을 열광케 하는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추의 구두들은 굴곡 있는 라인과 섬세함, 손가락보다 더 가는 아찔하면서도 섬세한 구두굽이 특징이다. 섹시한 라인이 시선을 끌면서도 디자인이 우아해 애장품으로도 선호된다. 소비자는 이제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신고나갈 구두를 선택하고 구두 스타일에 맞춰 의상을 갖춰입는 것. 구두가 패션의 중심부로 이동해가고 있는 것이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구두는 이제 더이상 ‘패션의 완성’이 아니다. ‘패션의 시작’이다”며 “비율, 균형, 크기, 볼륨 등을 절묘하게 맞춘 고기능성에 최첨단 디자인까지 더해져 생겨나는 고가 브랜드제품이 앞으로의 구두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독특한 브랜드 컨셉트와 디자인을 개발해내는 것이 브랜드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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