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업계도 相生바람] 건설산업 양극화 ‘파트너십’이 열쇠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5 17:40

수정 2014.11.04 20:11



“마감공정이 진행되면서 현장에 여성 근로자가 늘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화장실을 확충해야 합니다.”(하도급업체 현장소장)

“아 그렇습니까. 그럼 명지건설(원도급업체)측과 협의해 즉시 화장실을 마련하겠습니다.”(대한주택공사 관계자)

건설현장에 발주처-원도급업체-하도급업체의 상생협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 50여년 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 관행인 수직·주종 관계를 타파하고 각 주체가 대등한 파트너로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그 추진동력이 바로 ‘건설현장 상생협력 혁신 사업’이다.
이 사업은 발주기관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과 원도급업체,하도급 업체,지역 관계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공정을 관리하고 각종 문제점을 ‘상생협의체’라는 대화의 장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 체질을 강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드높이자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건설교통부와 공동으로 건설현장 상생협력 시범사업을 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승화시키기 위해 ‘함께하는 사회 캠페인-건설상생협력 현장을 가다’ 기획시리즈를 7회에 걸쳐 진행한다.

■건설 상생협력, 왜 필요한가

국내 건설산업은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해외시장 개척,국민편의시설 확충 등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경제성장과 국민 생활향상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건설투자는 국가총생산의 16∼23% 정도를 차지하고 건설고용도 전체취업자의 8% 안팎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생산체계나 기술수준 측면에서는 낙후성과 불법·부정부패 등 관행과 편견으로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사는 대-중소업체간 분업구조로 이뤄져 있어 상호 협력없이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데도 업무영역간 대립과 갈등,업체난립에 따른 과당수주경쟁 등으로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곧 건설제도 선진화와 기술개발을 발목잡아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사 물량에 업체수가 계속 늘면서 제살깎이 경쟁이 계속되고 이런 과당 경쟁은 불법,불공정 하도급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도급업체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을 야기시켜 국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게 된다.

■상생협력 시범사업 어떻게 추진됐나

정부는 이런 고질적 관행들을 타파하지 않고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2월 건설산업 상생협력 혁신방안을 마련, 추진중이다.

정부는 3대 정책목표와 11대 추진과제와 주체별 역할을 설정하고 이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건설현장으로 건교부산하 12개 기관의 18곳을 상생협력 시범운영 사업장으로 선정했다.

3대 정책목표는 △상생협력 파트너링 형성 및 확산 △하도급 질서 확립 및 공정,투명화 △건설생산체계 선진화 및 성장기반 확충 등이다. 이를 위해 주체별 실천과제로 정부가 △제도적 기반 조성 및 건설시장 투명화 및 선진화를 추진하고 △발주자는 원-하도급업체의 수평적 관리 및 협력네트워크 구축하며 △원도급 업체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정착과 전문업체 능력향상을 지원하며 △하도급 업체는 자체적인 기술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현장 참여자를 협력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혁신 방안아래 지난 3월부터 18개 시범현장에서는 발주처-감리자-원도급업체-하도급업체 등 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현장별로 월간 또는 주간회의를 벌이면서 상호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지난 9월 말까지 1차적으로 시범사업을 종료했다.

현장들은 이 결과를 건교부에 제출했으며 건교부는 이달 또는 11월 중 이를 매뉴얼화해 전 현장으로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상생협력 시범사업 성과 및 향후 과제

상생협력 시범사업 추진의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건설산업 구조상 최일선에서 일하는 하도급 업체의 권익신장과 현장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하도급 업체는 그동안 ‘갑’(발주처 및 원도급업체) 아래에 있는 ‘을’의 종속적 관계에서 대접을 받지 못해 온 게 사실이다.

하도급 업체 한 관계자는 “상생협력 시범사업은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운 일”이라고 소개한다. 현장에서 각종 문제와 개선점 등에 직면하기 일쑤이지만 발주자는 ‘절대자’나 마찬가지여서 감히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발주처 역시 비리 등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상생협력 협의체 운영을 통해 대화의 장이 마련됐고 이 토대위에서 서로의 신뢰가 구축되고 있다. 나아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인 작업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건교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행의 경기 성남∼장호원 3번국도 건설 2공구 현장의 하도급 업체(터널)인 성보개발 김영천 이사는 “종전에는 현장에 애로사항이 있어도 발주처나 원도급업체에게 말을 제대로 꺼낼 수 없을 정도였는 데 상생협의체 운영을 통해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각종 문제가 술술 풀려 최일선 현장에서는 신바람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

*공동주관:건설교통부,파이낸셜뉴스

*후원:대한주택공사,한국고속철도시설공단,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토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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