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주거안정,양극화 해소의 첩경/최병선 국토연구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5 18:21

수정 2014.11.04 20:10

점심에 식당에 갈라치면 어떤 집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어떤 집은 파리를 날린다. 주말에 한 주일 동안 사용할 생필품을 사러 대형 마트에 가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호황이다. 반면에 동네 작은 상점들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대기업은 수출도 늘어나고 경영 상태도 호전되고 있는데 중소업체는 경영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어느새 양에서 질을 찾는 사회로 넘어가면서 또 무한경쟁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런 양극화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개방사회, 정보사회, 지식사회가 더욱 진전되면 이런 현상은 보다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정보와 지식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에 따라 경쟁의 승패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양극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고 또 자유 시장경제가 갖는 고유한 속성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보자면 양극화 현상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단순치만은 않다는데 양극화의 본질이 있다. 경쟁에서 승자는 소수에 국한될 수밖에 없으나 패자는 다수라는 점이 바로 문제의 출발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다수의 중산층이 버티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수 승자, 다수 패자라는 구도 아래서는 두꺼운 중산층을 형성하기 어렵다. 때문에 경쟁구도가 치열해질수록 중산층은 줄어들고 사회 안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국민이 줄어들고 있고 동시에 민생 문제가 우리 사회를 흔드는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체제가 필요한데 역으로 경쟁으로 인한 양극화 증폭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런데도 이것은 발전하고 있는 대부분 나라가 갖고 있는 딜레마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30’은 이 같은 딜레마 해결을 위해 우리 국민이 함께 가야할 길과 사회적 의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양극화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부동산 부문이다. 토지소유 실태 조사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가 57% 토지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양극화를 실감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부동산 중 주택부문 양극화도 경제 다른 부문에 비해 심하다는 사실이 여러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은 우리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양극화는 재산 양극화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부동산 양극화가 초래하는 폐해는 어느 양극화보다 그 파장이 넓고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재산 차이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자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근로의욕 저하, 노동생산성 하락 등을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거불안과 주거수준 악화, 나아가서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부동산가격 안정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첩경이다. 부동산시장 투명화, 조세부담 현실화, 개발이익 환수는 그래서 필요하다. 그렇지만 부동산가격 안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힘만으로는 부동산, 특히 주택을 보유하기 힘든 계층이 있는 까닭이다.
아직도 40% 국민은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있고 또 250만 가구에 이르는 최저 주거수준 미달 가구가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는 사회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
때문에 부동산가격 안정 외에도 이런 주거불안 계층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이나 불량주택 주거환경 개선, 영세민에 대한 주거비 보조와 내 집 마련 지원 등이 이런 조치에 해당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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