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타이거펀드 6년만에 국내 ‘컴백’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6 08:39

수정 2014.11.04 20:10

세계적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6년여 만에 국내시장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25일 증권업계와 이상네트웍스에 따르면 타이거펀드는 지난 24일 이상네트웍스 20만주(3.71%)를 대량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거펀드의 등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라는 점. 지난 99년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6300억원 규모의 차익을 남긴 후 한국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뒤 대규모 시세차익을 챙겨가려는 헤지펀드 활동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적대적 M&A 아니다

타이거펀드가 대주주로부터 사들인 주식은 20만주. 주당 매입가는 2만 5700원으로 총 51억4000만원에 사들였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투자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수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네트웍스는 단순 투자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타이거펀드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여한 10개의 펀드 중 하나”라며 “이후 3∼4곳이 관심을 보였지만 타이거펀드가 일본·중국·동남아 등에 진출한 점을 감안, 향후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투자유치를 받은 것”이라며 투자유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타이거펀드가 이상네트웍스의 장기 성장성을 보고 주식을 사들였고 이상네트웍스는 이 펀드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추가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분매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다른 펀드들도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이거나 투자하지 않겠느냐”며 적대적 M&A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상네트웍스는 지난달 대주주 물량을 포함해 전체 물량의 40%에 달하는 143만주의 보호 예수가 풀린 상태다.

■타이거펀드 활동재개, 헤지펀드 적대적 M&A 신호탄(?)

지난 99년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지분 7%를 매입한 뒤 회사 측에 적대적M&A 위협을 가했다. 당시 M&A재료로 주가가 뜨자 타이거펀드는 몇 달 만에 지분을 팔아치워 63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타이거펀드의 등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분 투자 규모가 작아 현재로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6년여 만에 국내 주식을 사들임에 따라 추가매입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펀드의 등장에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헤지펀드의 활동에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아이칸은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지분 14.99%를 확보하면서 SK그룹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당시 소버린은 1조원의 차익을 내고 한국을 떠났다.
영국계 헤르메스펀드도 지난 2004년 3월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한 뒤 1년도 안 돼 10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조지 소로스의 QE인터내셔날은 지난 1999년 서울증권을 인수한 뒤 과도한 배당과 건물매각 등을 통해 40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겨 논란이 됐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헤지펀드들 중 상당수가 M&A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겨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헤지펀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주주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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