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코스닥 ‘생색내기 감자’ 주의보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6 08:50

수정 2014.11.04 20:09

“재무구조 개선 위해 감자한다고(?)”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감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감자에 나서는 기업들 대부분이 기업 체질 자체가 부실한데도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 없이 단순히 자본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자 후에도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투자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한다.

■무늬만 재무구조개선(?)

터보테크는 최근 기명식 보통주 3주를 동일 액면 주식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터보테크의 자본금은 현재 295억여원에서 98억여원으로, 발행주식은 5913만여주에서 1971만여주로 각각 감소하게 된다. 회사측은 “신규투자 유치 및 자본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터보테크는 장흥순 전 대표의 분식회계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는가 하면 최근 3년 동안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호그룹에 피인수된 현대정보기술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3주를 동일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66.67%의 감자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이 1510억원에서 503억3333만원으로 줄어들게 되며 발행주식수도 3020만주에서 1007만주로 감소한다.

에이트픽스도 보통주 3280만3592주를 감자키로 결정했다. 보통주 5주를 1주로 합치게 된다. 감자에 따라 발행주식수는 기존 4100만4489주에서 820만897주로 줄어든다. 에이트픽스는 올 상반기 6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체질이 부실하고 지난 24일에는 전 대표이사의 횡령사건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315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디아이세미콘은 재무구조 건전성 확보를 위해 10대 1 감자를 실시키로 했다. 디아이세미콘은 싸이버텍홀딩스가 사명을 바꾼 기업으로 최근 5년여 동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착시효과 투자주의

기업이 감자를 실시하면 자본금이 감소한 만큼 감자 차익이 발생하게 되며 이 비용은 자본잉여금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자본잠식 등의 사유로 퇴출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감자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감소한 주식수 만큼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착시효과’를 불러온다. 그러나 실제 회사 가치에는 변동이 없다. 따라서 감자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자 이후 통상 실시되는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


유상증자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돼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엔 혹 호재로 인식될 수 있으나 대체로 악재로 판명나는 경우가 많다. 불발로 끝날 경우 추가로 자금을 납입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감자 목적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코스닥시장 퇴출 모면이나 채권단의 채권 회수, 머니게임을 위한 것인지를 구별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며 “정상화를 위한 감자라도 소액주주에게 특별히 불리한 점이 없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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