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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뉴질랜드 경제 연착륙 기대감/송경재 오클랜드 특파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6 16:45

수정 2014.11.04 20:07

뉴질랜드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서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가 급랭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배럴당 75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가 배럴당 50달러 중후반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유가 불안감이 사라진데다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부동산 경기도 당초 우려와 달리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고 있는 덕분이다.

이달 중순 뉴질랜드 민간경제조사업체인 ‘뉴질랜드 경제연구소(NZIER)’가 발표한 3·4분기 기업 심리 조사치는 뉴질랜드의 경제 연착륙 기대감을 북돋워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보다 많아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지난 6월 조사 때에 비해 비관적 전망이 크게 줄었다.

향후 6개월간 경기에 대한 순비관 전망(비관 전망-낙관 전망)이 지난해 12월 61%에서 지난 6월 44%로 개선된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19%로 뚝 떨어졌다.
또 지난 3개월간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고 답한 비율도 지난 6월 조사에서는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들보다 5%가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균형을 이뤘다.

특히 뉴질랜드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수출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는 수출이 감소했다는 답이 증가했다는 답변보다 26%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증가 답변이 감소 답변을 5% 웃돌았다.

신규주문 역시 6월에는 줄었다는 답이 늘었다는 답보다 17% 많았지만 9월에는 늘었다고 답한 기업들의 비율이 줄었다고 답한 기업들보다 3% 많아졌다.

향후 3개월간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들이 현 상황 유지나 감원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보다 3%가 많아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상황이 당분간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함께 현재 뉴질랜드 경기를 이끌어가는 주동력인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경기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뉴질랜드부동산연구소(REINZ)에 따르면 9월 뉴질랜드 전국의 평균 집값은 31만3000뉴질랜드달러(약 2억원)로 지난해 9월에 비해 7.9%가 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은 건설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도 뒷받침된다.

NZIER 조사에서 건설활동이 늘었다고 답한 건설업체들의 비율은 줄었다는 답보다 7%가 많아 지난 6월 조사 당시의 5%보다 높아졌다. 특히 신규주문이 늘었다는 답이 줄었다는 답보다 9%가 많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 연착륙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비관론 또한 여전하다.

경기연착륙은 ‘환상’일 뿐이며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헤럴드지는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시장 한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업체인 아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잰 워즈니액은 분기투자 전략보고서에서 “주요 성장지표로만 본다면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허상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지표로 보면 경기 과열이 서서히 식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경기를 급랭시킬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최대 위협 요인은 소비심리 냉각 가능성이다.

지난 수년간 가계자산 증식의 주요인이었던 부동산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분기 뉴질랜드의 1인당 실질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급감했다. 너도 나도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 집을 사들이기 위해 돈을 꾸면서 이자 비용이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집을 몇 채씩 불려나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결국 외국자본에 손을 빌리게 됐기 때문에 모기지 이자는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이 그동안 큰 폭으로 올랐지만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자본이 미국, 유럽시장의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고 있어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연착륙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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