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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라이즌, 국내 휴대폰 ‘끼워팔기’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7 09:22

수정 2014.11.04 20:05


북미 시장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벌이는 이벤트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버라이즌은 자사 고객 확보 차원에서 단말기를 할인해서 팔고 있다. 특정 휴대 단말기 모델 1개를 사면 다른 3개 모델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폰이 졸지에 공짜폰으로 전락한 셈이다.

국내 업체는 물론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메이저 업체 단말기도 이같은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휴대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단말기도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성을 들였던 고가폰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미 이동통신 사업자들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버라이즌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이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라이즌측에 단말기를 우선 공급했기 때문에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제조사의 손을 떠나 전적으로 버라이즌의 소관”이라며 삼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버라이즌사는 이달 들어 1주일 간격으로 삼성, LG, 노키아, 모토로라 단말기를 바꿔가며 할인 가격에 덤으로 해당 제조사 단말기는 물론 경쟁사 제품도 얹어주고 있다.

특히 지난주 버라이즌은 특정 휴대폰 1개 모델을 구매할 경우 다른 휴대폰 3대를 공짜로 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북미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쳤다.

버라이즌 사이트(www.verizonwireless.com)에 접속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해외 메이저 업체의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화면이 떠 있다.

버라이즌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단말기는 4종으로 가격대가 400달러에서 적게는 100달러까지 다양하다. LG전자 초콜릿폰은 199달러와 24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 휴대폰업체가 최근 출시한 고가 모델의 반응이 예상보다 높지 않아 버라이즌이 재고 정리 차원에서 이 같은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미 CDMA시장에서는 고가폰보다는 저가폰이 많이 판매되기 때문에 고가폰 전략을 고수하는 국내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버라이즌사가 국내 휴대 단말기 업체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들 회사 단말기를 대량 구입해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용으로 활용하는건 가능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급 단말기 대명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런 사실을 모른채 수수방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저가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용으로 시장 반응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북미 CDMA 시장에 카메라가 없는 저가 CDMA폰인 SCH-A645도 출시했다.
SCH-A645는 외부 액정은 흑백, 내부 액정은 6만5000컬러로 스피커폰, 인터넷 접속 등 최소한의 기능만 지니고 있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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