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SK,경영권 방패달고…새는 배당금 막아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30 08:16

수정 2014.11.04 20:03

SK가 올해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을 전망이다. SK는 지난 27일 내년 1월 말까지 자사주 1300만주(8632억원)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물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SK는 이에 앞서 지난 1월31일부터 4월28일까지 900만주(512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올해에만 1조3753억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SK가 너무 많은 자금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 “자금 여력 된다”

SK의 입장은 이같은 자사주 매입자금의 규모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SK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는 1조4000억원 정도. 지난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벌써 1조2000억원에 달한 데다 상반기 현금 보유금은 5200억원 정도로 현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잦은 유상증자로 SK 유통주식 수가 1억3000만주나 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며 “지난해부터 성장에 관한 투자, 차입자금을 줄여나가는 재무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 3가지 규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 인천정유의 유상증자에 참여, 인천정유 지분 90.63%를 확보하며 인수했다. 그전 사옥 매각을 통해 자금마련으로 차입자금도 줄였다. SK는 인천정유 지분도 경영권 방어에 적정 수준까지만 보유하고 장기적으로 매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는 재무구조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4000억원), 인천 용현동 부지 매각(1936억원), 주유소 및 충전소 174곳 매각(4700억원) 등이다.

SK는 이러한 자산효율성 제고 노력으로 1조636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차입금 상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SK의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30.3%, 실차입금은 6조2000억원 수준이다. 1조원의 부채를 상환할 경우 부채비율을 10% 낮출 수 있다.

■자사주 매입규모 1조원

그러나 이러한 SK측의 설명에도 시장은 너무 많은 금액이 자사주 매입에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SK의 올해 자사주 매입자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인 8632억원은 지난 26일 종가기준이어서 실제 매입자금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CJ투자증권 이희철 애널리스트는 “과거 다른 자사주 매입과 달리 전체 유통주식수의 10%가 넘는 물량인데다 자사주 매입 기간이 이달 말부터 내년 1월 말까지 기간이 짧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포스코, KT 등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지만 그 영향은 며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사주 매입 발표는 증권시장에서는 발표 전후에만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했을 뿐 시간이 흐르면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때문에 실제 SK의 자사주 매입 자금은 1조50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상 SK의 배당가능 이익은 5조7797억원에 달하지만 이미 지난 사업연도에 5383억원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해 현재 자기주식취득한도는 4조9767억원으로 줄었다.

아직도 상법상 자사주 취득한도는 4조원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이익으로 투자와 배당도 해야하기 때문에 올해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금은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사주 지분 확대 속셈은

SK가 자사주 지분을 늘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경영권 방어와 배당금을 줄여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SK는 SKC&C가 11.16%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등록돼 있다. 최태원 회장 0.91%(117만2722주), SK케미칼 0.83%(106만5826주) 등 SK㈜ 자사주를 제외하고 SK C&C, 최태원 회장 등 특별관계자 13명의 지분을 합친 우호 지분율은 15.59%다.

때문에 그동안 소버린 사태후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 지분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이번 자사주 1300만주(지분율 10%)를 매입하게 되면 자사주 지분율은 기존 7.63%에서 17.63%(2294만3400주)로 높아지게 된다. 우호 지분율도 33.22%로 크게 높아진다.


여기에 벌어들이는 이익을 SK가 이들 외국인 대주주에게 고배당을 계속하는 것보다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배당으로 세어나가는 돈을 줄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SK의 2,3대 주주는 템플턴자산운용과 CRCM으로 각각 SK의 주식 6.06%와 5.01%를 갖고 있다.
SK는 고유가로 인한 실적 개선으로 지난해 주당 1850원씩을 배당했으며 올해는 실적이 더 좋아져 배당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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