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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확대등 ‘가지치기’ 성과…한미FTA 4차협상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30 08:48

수정 2014.11.04 20:03

지난 27일 폐막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4차 협상은 핵심쟁점에서 종전의 팽팽한 견해차는 여전했지만 소위 ‘가지치기’에는 어느정도 성과를 올려 다음 협상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나 자동차, 의약품, 농산물 등 핵심쟁점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해 사실상 올해안에 타결을 보기는 어렵게 됐다.

■‘가지치기’ 협상은 성과

이번 협상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미국측이 공산품 시장 개방 품목을 1000개 늘린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000개의 공산품중에서 1000개를 즉시 관세철폐로 옮겨 ‘즉시 철폐’ 비중이 77%로 올라 우리의 80%에 근접했다. 그러나 교역액 비중으로 보면 미국의 개방 수준은 60%, 한국은 74.8%로 여전히 간극이 커 한국은 수용하지 않았다.

평행선을 달리던 농산물 분야에서도 통합협정문을 작성하고 특별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저율관세할당제도(TRQ) 도입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역구제분과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계절관세 도입에 합의하는 열매를 맺었다. 자동차 작업반에서도 실무급의 기술표준 작업반을 설치하는데 합의했다.

이밖에 핵심쟁점 이외의 분야에서 합의에 이르는 항목들이 다수 도출돼 우리 협상단이 이번 협상목표로 정했던 ‘가지치기’에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외교통상부는 자평하고 있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지난 27일 결산 브리핑에서 “지난 3차 협상 때보다는 많은 진척을 이뤘다”면서 “공산품도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불균형을 해소해 진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 등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 쟁점 이견 여전

그러나 핵심 분야에 대한 협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쌀 개방 문제는 의제로 나오지도 않아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산품 분야도 미국이 개선된 수정안을 내기는 했지만 섬유분야에 대한 개선이 없는데다 우리 대미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관세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을 겪었다.

섬유분과는 “개선의 여지가 없어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다”는 우리측 입장 때문에 협상이 하루 일찍 끝났던 만큼 앞으로도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농산물 시장에서는 일부 민감품목의 관세 철폐 이행기간을 단축키로 우리측이 제안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절하면서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5차 협상, 무역구제 쟁점 될 듯

양국은 오는 12월4일부터 미국에서 5차 협상을 가진 뒤 내년 1월께 서울에서 한 차례 더 협상을 갖기로 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는 관세협상에 집중했듯이 다음 5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등 진도가 늦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제도 등 이른바 ‘보복관세’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부문의 개선없이는 사실상 FTA의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

그러나 역대 FTA협상에서 이 분야를 다룬 적이 없는데다 국내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섬유분야나 농산물 분야의 협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는 결산 브리핑에서 “미국이 수정 제시한 섬유분야의 양허안은 13억5000만달러, 500개 품목에 해당하며 이는 한국의 농산물 분야 수정안보다 강력한 것”이라고 말해 더 이상 양보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이미 우리측 농산물 수정안을 거부한 상태라 5차 협상에서는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 개방 문제와 개성공단의 원산지 특례 인정 문제 등도 쉽게 타결을 보기 어려운 분야다.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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