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불변이다. 주변국에 협박이나 일삼는 것이 아비 때나 아들 때나 어찌 저리 낯설지 않은지 신기할 지경이다.
북한 정권은 제1 원조국인 우리에까지 공공연히 ‘선군정치를 본받으라’느니 ‘유엔과 공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느니 하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로 우리의 안보 불안과 위기의식은 되레 전보다 심화되고 있지만 위정자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있다. 옛날엔 저들의 위협에 국민들이 겁을 먹었지만 지금은 정치인들이 지레 주눅든 것 같다. 북한에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면서 “아니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는 말 같잖은 말만 되풀이 한다. 세상엔 오직 햇볕정책만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끼리 꾸짖고 겁주고 서로 다투며 야단법석이다.
북한에선 죽은 김일성도 산 김정일도 모두 ‘민족의 태양’이다. 정부가 2개나 되는 태양 앞에서 햇볕을 쪼여서 개방의 길로 나오게 하려는 정책에만 매달렸으니 태양 앞에 웬 햇볕정책이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남·북한 정권의 상대방에 대한 변하지 않는 잘못된 배려가 딱하기만 하다.
남·북한의 후진적 정치구도와는 달리 한국의 정보기술(IT)·디지털 산업은 글로벌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사내 임원 특강에서 한국 디지털 산업의 희망을 얘기했다. 특강에 따르면 세계적인 마이크로소프트(MS) 미디어플레이어 및 메신저가 곰플레이어와 네이트온에 밀리고 구글은 네이버에 밀린다. 또 한국의 포털시장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3개 토종업체가 각각 지식검색, 미디어, 1인 미디어를 전문 영역으로 나눠서 지배하고 있다.
일본시장 1위인 야후는 우리나라에서 4위권, 2위인 구글은 한국에선 1%대의 점유율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윈도’를 통해 세계 PC 운영체계를 장악한 MS도 한국에선 고전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50%에 이르던 모토로라의 한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현재 4%까지 추락했고 노키아는 지난 2003년 아예 철수했다. 노트북 PC 부문 세계 강자인 델(Dell)은 한국 시장 점유율 3%대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로봇산업 시대를 새로 열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정부는 네트워크 기반의 지능형 로봇을 개발, 최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시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지능형 로봇인 유비쿼터스로봇(URC) 사용에 대한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디지털 칸(Khan)의 기반을 갖춘 우리의 강점과 역량을 집중한다면 로봇산업도 단기간에 한국 IT 산업의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로봇사업은 국가의 미래 번영과 발전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분야다. 미래의 또다른 발전적 변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로봇산업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힘을 실어 줘야한다.
정부가 초기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높은 재정적 지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다른 산업에서처럼 또다시 규제를 양산해선 안된다. 이보다는 URC 시대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 및 홍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업계는 국내시장 장악만으로 마치 디지털 칸이나 IT 강국이 된 것처럼 현실에 안주해선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 제살깎기식 국내시장 쟁탈전만으론 미래가 없다. 눈을 해외로 돌려 글로벌 시장 장악을 목표로 해야 한다.
비록 몰락한 기업인의 좌우명이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IT·디지털산업의 또한번의 도약을 위해 이제 정부가 앞장서 초기에 양산한 규제정책을 총점검해 글로벌 기준에 걸림돌이 되는 법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기업이나 정부, 우리 모두가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특히 초스피드 산업인 IT·디지털 부문에선 더욱 그렇다. 업계와 정부는 변화 속에 비전을, 거기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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