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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혼합회사’·자문위 ‘주식회사’ 충돌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31 08:41

수정 2014.11.04 19:59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생명보험회사의 속성에 대해 상회회사적 성격이 강한 혼합회사라고 규정함으로써 생보사 상장안 도출에 큰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재경부는 생보사를 혼합회사로 보는 시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내 생보사는 혼합회사를 본다”고 답변했다.

권부총리의 이 같은 답변은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생보사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자칫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계획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정부의 ‘진의’가 주목된다.

■권부총리 발언 진의 공방

권오규 부총리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증권거래법 115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상장규정을 신설할 때는 금감위가 최종 승인을 하도록 돼 있지만 재경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재경부가 자문위의 상장안에 부정적이라면 상장안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권부총리의 발언은 재경부가 상장자문위의 상장초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생보사 상장안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의원은 또 “재경부가 생보사를 혼합회사라고 천명한 이상 상장자문위 안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면서 “2003년 상장자문위가 무산된 것도 삼성생명이 거부해서 무산된 것인데 이번에도 계약자가 배제된 채 만들어진 안을 계약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수용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의원은 “생보사 상장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하며 금감위가 계약자 등 이해 당사자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야 조속한 시일 안에 생보사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장자문위는 지난 7월 공청회에서 생보사는 주식회사의 성격을 갖는 만큼 상장에 따른 이익을 보험 가입자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생보사는 상호회사 성격이 있으며 상장차익은 보험가입자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생보사 본질 언급 아니다’고 진화

재경부는 지난달 31일 해명자료를 통해 “부총리의 발언은 국내 생보사가 유배당보험 상품을 판매해 온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국내 생보사의 본질적 성격을 언급한 내용이 아니다”고 해명에 나섰다.

재경부는 또 “현재 증권선물거래소 주관하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생보사 상장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향후 상장자문위원회 상장방안을 토대로 유가증권상장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승인을 신청하면 관련법 절차에 따라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원칙을 밝혔다.

물론 권부총리도 똑같은 원칙적인 답변을 지난달 30일 국감에서 하기는 했다.

김용환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도 “부총리가 생보사를 혼합회사라고 답변한 것은 지난 90년 당시 재경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진화에 가세했다.

그러나 권부총리가 생보사의 혼합회사적 성격을 인정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의 상장방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가 생보사를 혼합회사라고 천명한 이상 자문위원회의 상장안을 수용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금감위가 다시 이해 당사자를 포함한 새로운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야만 조속한 시일 내에 생보사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권부총리 발언이 1990년 당시 생보사 감독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옛 재무부의 입장에 대해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라며 환영하고 계약자 대표를 포함하는 새로운 자문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 당국이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문위의 그간의 논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계약자 대표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자문위를 재구성해서 생보사 상장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상장자문위가 생보사들의 이해 관계자를 중심으로 구성돼 과거 자문위의 상장방안과 전혀 상반된 결론을 내리는 등 생보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계약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의 상장자문위원회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물론 권부총리도 똑같은 원칙적인 답변을 지난달 31일 국감에서 했다.

권부총리는 전날 자신의 발언과 관련, "생보사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해온 사실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실에 기초를 해서 지적한 내용"이라면서 "자문위원회에 정부의 지침을 전달하거나 논의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사진설명=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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