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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기업 복수 경영체제 ‘붐’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31 08:50

수정 2014.11.04 19:59

‘복수경영인 체제, 효과 있나.’

올 들어 복수경영인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각 해당 분야에서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전문경영인들의 영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각자·공동대표 등 복수경영인체제로 돌아선 기업은 72개사에 달했고 이 가운데 40%가량이 복수경영인제 도입 배경으로 ‘경영효율’을 꼽았다.

■인터넷업계 복수사장 도입 효과 쏠쏠

코스닥 시장에서 복수경영인제를 도입한 대표적 업종은 인터넷 업계다. 인터넷의 경우 전통 업종과 달리 사업 부문별 특화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곳. 경영인으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게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대장주 NHN의 경우 공동대표제를 꾸준히 유지하며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워온 대표적 사례다. 설립 초기 창업자인 이해진·김범수 대표이사가 공동대표를 맡은 이래 최근에는 김범수 대표는 해외사업을, 최휘영 대표는 국내 사업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음도 올 들어 복수경영인 시대를 개막했다. 지난 4월 석종훈 다음미디어 부문 대표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창업주 이재웅 대표와 쌍두체제를 구축한 것. 이대표는 해외시장과 금융부문, 석대표는 미디어다음·커뮤니티·검색·e메일 등 국내 미디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네오위즈 역시 나성균·박진환 공동대표제를 도입했다. 나대표는 전략수립과 세계경영 지휘를 맡게 되며 박대표는 기존 국내 사업에 더해 최근 네오위즈 재팬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등 시너지 효과 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복수경영제가 위기탈출구(?)

국내 1위의 MP3 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은 얼마 전 김혁균 대표를 추가로 선임, 기존 양덕준 대표 1인체제에서 양덕준·김혁균 공동대표제로 전환했다.

‘레인콤=양덕준’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서 내린 고육책이다. 양대표와 함께 경영정상화에 나설 김대표는 이베이 한국지사와 SK그룹 컨설팅, AT Kearney 한국지사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레인콤은 이날 공시를 통해 3·4분기 매출 337억3600만원에 222억4200만원의 영업적자, 289억49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분법 평가대상 자회사의 적자 지속에 기인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인해 적자 폭이 확대된 것. 증권업계는 김대표 영입이 1만3450원에서 4800원대까지 떨어진 주가와 경영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인 대표제로 원대복귀도

복수경영제를 도입했다 1인 대표제로 원대복귀한 경우도 적지 않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복수경영인제에서 1인 대표제로 전환한 코스닥 기업은 63개사에 달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경영효율’ 증대를 위해 복수경영제를 도입했지만 최대 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관계 설정에 실패하면서 원상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들 기업이 공시한 대표변경 사유를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일신상의 사유’나 ‘중도퇴임’, ‘해임’ 등을 꼽은 경우가 62개사(68%)에 이르는 점만 봐도 그렇다.
임기 만료에 따른 변경은 6건에 불과했다. 최대 주주와 전문경영진이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중도퇴진 또는 해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문경영인의 소신과 최대주주의 권위가 충돌할 경우 전문경영인이 퇴진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복수경영인제 도입은 경영의 부족분을 채울 수 있지만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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