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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 국제 골드컨퍼런스] 조영권 본사 전무-폴 워커 GFMS 대표 특별대담

안병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01 16:32

수정 2014.11.04 19:54



“금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세,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면 한국의 금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금시장인 영국 런던에서 금과 귀금속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있는 골드필드 미네랄 서비스(Goldfield Mineral Services·www.gfms.co.uk)의 최고경영자(CEO) 폴 워커 박사는 한국 금시장 발전방안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본사 주최로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처음 열린 국제골드컨퍼런스에 참석한 워커 박사를 본사 조영권 전무(경제학 박사)가 만나 국제금시장 동향과 한국의 금시장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대담=조영권 전무

―정책 결정자라면 한국 금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겠는가?

▲금에 부과되는 관세와 각종 세금을 과감하게 폐지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한국 정부는 2003년 3년간 금거래시 부가세를 면제하는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도입했다. 이런 조항의 도입 이후 금거래가 늘었고 이 조항은 내년 7월에 종료된다.
한국은 금괴와 귀금속에 부과하는 수입관세와 판매세·소비세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금괴에 3%, 귀금속에 8%의 수입관세를 부과한다. 금괴 판매에는 10%의 부가세, 귀금속 판매에는 부가세 이외에 20%의 특별 소비세가 별도로 부과된다.

▲이런 일몰조항은 일시적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세금을 폐지해야 한다. 금괴수입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일본이나 대만, 중국, 싱가포르를 봐라. 특히 중국의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 2002년 상하이에 황금거래소가 설립되었고 귀금속 제조와 도매·소매 허가제가 폐지되었다. 이런 귀금속 시장 개방조치로 중국의 금소비는 급신장하고 있다. 2004년 233.9t에서 지난해에는 253.1t으로 8.2%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관세를 폐지한 베트남에서도 금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부에서는 세금을 폐지할 때 세수가 줄어들며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세금을 폐지했던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금거래가 활성화되고 조세수입이 늘어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폐지하면 연간 수십t의 밀수시장이 양성화되어 금판매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원이 증가한다. 혹은 관세와 부가세, 특별소비세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이 어려우면 단계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귀금속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금값 기준이 아니라 부가작업분에 대해서만 부과하면 세금이 아주 낮아질 것이다. 귀금속 산업 종사자들이나 은행 관계자들도 이런 점에 주목해 정책 결정자들을 설득하면 될 것으로 본다. 199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금시장과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997년의 경제위기와 금에 부과되는 이런 높은 세금 때문에 한국의 금시장은 매우 정체됐다.

―내년도 금값을 전망한다면.

▲올 초 금값은 온스당 700달러를 넘기도 했고 현재 60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700달러가 될 확률을 70%로 본다. 이어 1년 이내에 금값이 오를 확률이 50% 정도이다.

―이런 가격 예측에는 미국 경제와 대체자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것 같다. 또 북한이나 이란의 핵개발도 이런 변수의 하나가 아닌가?

▲미국 경제와 투자자의 심리 등이 금값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1년∼1년반 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면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이럴 경우 가스나 선물 등 파생상품에 많은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나 퇴직연금 등이 금 등의 투자에 관심을 두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다. 금은 가치가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은 이런 포트폴리오 다각화로부터 약간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올해 초 금값이 급등한 것은 헤지펀드가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헤지펀드에 이어 금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금시장에 별로 투자를 하지 않았던 소매자들이 투자할 경우 금값은 800달러선을 넘을 것이다. 또 이란의 핵무장과 관련해 분쟁이 계속되고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안전한 투자자산으로서 금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지정학적인 위험이 금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와일드카드이다. 물론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되지 않고 경제가 연착륙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아랍에미리트연방의 국제항인 두바이가 세계 금시장센터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 있어 그런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런던, 뉴욕, 시카고, 요하네스버그에서 금이 주로 거래된다. 세계 최대의 금시장으로서 (달러기준) 런던의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두바이는 틈새시장(니치마켓)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런던이 최대의 금시장이 된 것은 대량의 금을 손쉽게 인도할 수 있다는 요인 때문이다. 보통 400∼1200킬로바로 인도된다. 두바이는 이보다 작은 규모의 금을 인도하는 중계소로서 기능할 것이다. 최대 금소비시장의 하나인 인도로 가는 금이 대개 두바이를 통해 인도된다. 지리적 이점만 있다고 세계 금시장센터가 될수는 없다.

―지난달 초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최초로 금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되었다. 이 펀드는 실물금과 미 달러화와 연계돼 있다. 혹자는 이 펀드가 이 지역의 금융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한다. 누가 이 펀드의 주요 타깃이며 아시아 금시장을 전망한다면?

▲지난 90년대 초만 해도 아시아 금시장은 실물거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금ETF 도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에서도 금거래가 다양화되었다. 금상장지수펀드는 금을 실물로 거래하지 않고 금가격과 연동된 인덱스펀드이다. 선물시장 참여자들도 ETF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 금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우선 규모가 커야 하고 해당 화폐로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지난 2002년에 도입된 상하이황금거래소가 잘 운영되는 것도 시장규모가 크고 인민폐로 거래가 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보유액은 현재 7000만달러 정도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보유액과 비교해 소액이다.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어떻게 보는가?

▲중앙은행의 금보유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인 난양대학교 경제학과 탄 키 지압 교수가 발표했듯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2∼10%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금보유고는 14t으로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0.47%이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비교해 너무 낮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8134t을 보유, 전체 외환보유고에서 68%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3433t(50%), 일본은 765t(0.98%)을 점유하고 있다.

/정리=안병억기자 anpye@fnnews.com

■사진설명=본사 조영권 전무(왼쪽)와 대담을 나누고 있는 영국 골드필드미네랄서비스 폴 워커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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