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당근’ 6자회담때 제시”
【하노이=차상근기자】 한국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북한을 뺀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지난 17∼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다음달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지원할 구체적 조치를 내놓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제재 수단과 별도로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등 북한이 희망하는 세부 지원방안을 6자회담에서 제시함으로써 회담의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 대북 상응조치 논의 착수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기간에 펼친 당사국 정상들과의 릴레이 정상외교 중 가장 주목할 것은 지난 18일 오전 이뤄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두 정상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어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심도 있게 의논했고 관련국들과의 협조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평화체제 문제 등 상응한 조치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며 (6자회담)협상장에서 그 내용이 토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회담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할 경우 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란 점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길 바란다"고 말해 '대북 당근책' 논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북 핵포기하면 한국전 종전선언 검토"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당근책'과 관련,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북한 지도자로 공식 인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토니 스토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에는 한국전의 공식종료 선언과 경제협력과 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유대를 강화하는 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우하는 한편, 무역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등 현재 미국과 베트남 간에 진행되고 있는 방식의 관계개선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부시 정부, 유연한 모습
노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 문제와 관련, "한국은 PSI에 전면 참여를 하지 않고는 있지만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 방지를 위해 사안별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부시 대통령은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와 협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송실장은 이에 대해 "원칙과 목적을 지지하고 한국 자체의 판단에 따라 참여범위를 조절한다는 점을 이날 다시 미국측에 전달했다"면서 "PSI 문제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등에서 비치고 있는 한·미 간 이견은 정확한 상황, 입장에 대한 미국측의 이해 결여에서 비롯됐으며 지금 분명하게 의사소통됐다"고 강조했다.
PSI 문제에 대해 부시 정부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이 공해상의 훈련에는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이 PSI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미국측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두 정상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 중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의 조치가 북한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평가를 같이 했다고 송실장이 전했다.
■노대통령 "미국은 동북아의 일원"
이어 열린 노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아베 신타로 일본 총리 등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안보·협력·경제적 이해 관계 등에 있어 미국은 동북아의 중요한 일원이고 역할을 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미국이 동북아의 일원으로서 안보, 경제 등에 대한 당사자적 시각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3국 정상은 이날 일방적인 대북 제재 압력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폐기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상응하는 조치를 배합해 재개될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