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앵무새와 선무당/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상무

파이낸셜뉴스

앵무새에게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단어만 잘 가르치면 훌륭한 경제학자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경제 현상은 수요와 공급만으로도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 가을 배추값이 폭락하는 것은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공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가 고공 비행을 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인도 등 전세계 경제의 호조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 여력은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게 없기 때문이다. 간신히 수급을 맞춰가는 상황에서 이란·이라크 사태가 고조되거나 대형 유전지역에 허리케인이 닥치는 등 외부 충격 요인이 등장하면 곧바로 유가가 급등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것처럼 보이는 요즘의 부동산 문제도 결국은 수요와 공급으로 귀착된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국제원유 시장과 비슷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유나 부동산이나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공급을 늘릴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갈 곳이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돈이 몰려들면서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원유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잖이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원유는 사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영향력을 거의 행사할 수 없는 시장이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스란히 오른 가격을 치러야 한다. 그나마 제대로 원하는 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직·간접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올라가는 가운데 전국에서, 그 중에서도 서울의 강남 등 일부 지역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수요가 집중되는 곳의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급을 늘려주는 것이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올리거나 금융기관의 주택관련 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다. 용적률을 높여주거나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는 등 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11·15 부동산 안정대책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3년여 동안 실행된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수요 억제·공급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요 억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공급을 풀어야 할 시점에 공급을 오히려 틀어막은 것이다. 특히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송파 신도시와 같은 공급 확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요 억제·공급 제한의 집중관리 대상이었다.

그 결과는 통계수치에서 쉽게 드러난다. 지난 10년(1996∼2005년) 동안 전국에서 새로이 공급된 주택은 연평균 50만 가구 정도였다. 그 중 절반인 25만 가구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됐다. 그러나 2004∼2005년 두 해를 보면 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집값이 오르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 두 해 동안 전국의 주택 공급량은 각각 4만가구가 줄었다. 50만가구에서 4만가구 정도(8%)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3만가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1만가구가 각각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예년 평균이 8만6000가구인데 5만8000가구(2004년), 5만2000가구(2005년)밖에 공급이 안됐다. 예년 평균 대비 공급 부족률이 무려 42%에 이른다. 구별(區別) 통계가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도 강남 등 특정지역의 경우 이렇게 계산한 공급 부족률이 50%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요는 계속 몰리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면 그 지역의 집값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유처럼 부동산 또한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1·15 대책에도 앞으로 한동안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라갈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정도는 앵무새도 알만한 경제학 상식이 아닐까. 상식에도 못 미치거나 상식조차 무시하는 선무당들의 서투른 굿판이 길어지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만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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